현장에서 계속되는 안전 사고
이재명 정부가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오히려 올들어 산재 사망자 수가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올해 1~9월 산재 사망자는 45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는데요, 특히 건설업에서만 210명이 목숨을 잃으며 전체의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275명으로 급증했다는 점입니다.
영세 사업장의 안전 사각지대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놀라운 사실이 드러납니다. 전체 사망자의 32.8%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고, 5~49인 사업장이 24.2%를 차지했습니다. 이들 영세 사업장은 안전관리자 배치 의무조차 면제되는 경우가 많아 기본적인 안전 설비와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추락, 물체에 맞음, 부딪힘, 끼임 등 기초적인 안전 장비만 갖춰도 막을 수 있는 '재래형 사고'가 여전히 사망 사고의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건설업의 경우 추락 사망자가 전체의 64.8%에 달하는데, 난간이나 안전대 같은 기본 설비만 제대로 설치했어도 대부분 예방이 가능했을 사고들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다발 업종에 대한 긴급 점검을 실시하고 '초소규모 현장 집중 관리'를 예고했지만, 현장 여건상 당국의 관리 감독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축산업 농가의 지붕 교체 작업처럼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는 현장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거죠.
처벌 중심 정책의 한계
정부는 연간 3명 이상 산재 사망이 발생한 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영업정지 조치까지 취할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처벌 중심의 접근법은 영세 사업장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과징금이나 영업정지는 생존이 걸린 영세 사업주들에게는 오히려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작용할 뿐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산재 사고는 사업주가 법적인 안전 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아 발생한 경우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안전관리자를 둘 여력이 없는 소규모 사업장의 현실을 고려하면, 단순한 처벌 강화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습니다. 서울사이버대 강태선 교수는 "영세 사업장의 경우 당국의 관리 감독이 어렵고, 축산업 농가 등에서 이루어지는 지붕 교체 작업까지 감독이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합니다.
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산재 감축을 위해서는 사후 처벌보다 사전 예방에 초점을 맞춘 접근이 필요합니다. 안전관리자를 둘 수 없는 소규모 사업장에 국가가 안전 인력과 설비를 지원하고, 대기업 원청이 하청업체에 안전 장구와 교육을 제공하는 체계가 절실합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지역 산업 구조에 맞는 맞춤형 감독과 점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고령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가 증가하는 현실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들에 대한 맞춤형 안전 교육이 병행되지 않으면 안전 사각지대는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IMF가 최근 한국의 고령화 위기 타개를 위해 정년 연장과 연금 개혁을 권고한 점을 감안하면, 고령 노동자 안전 문제는 더욱 중요해질 전망입니다.
안전 문화 정착이 해답
정부의 특별 감독은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궁극적으로는 사업장 자체의 안전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안전보건공단의 지원 확대와 함께 사업주들이 자발적으로 안전 관리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 제도 마련이 필요합니다.
울산 조선업의 경우 초호황을 맞았지만 인력 부족으로 외국인 노동자 7,000여 명을 투입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과 안전 문제가 더욱 첨예화될 수 있습니다. 산재 예방은 단순히 사고 숫자를 줄이는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안전망을 강화하는 작업입니다. 정부, 사업주, 근로자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안전 문화 정착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