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애하는 트럼프, 외면하는 북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다시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한풀 꺾이는 분위기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로 외교적 시선을 돌린 모습인데요. 지난 25일, 그는 소셜미디어에 한미 연합훈련 축소 지시 글을 다시 올렸습니다. 9일 전에 올린 글에서 시제만 과거형으로 바꿔 게시한 이 행보는 마치 대화 의지를 재차 강조하는 듯한 인상을 줬습니다. 이어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과 2019년 판문점 회동 당시의 사진을 잇달아 공개하며 과거의 친분을 적극적으로 부각했습니다. 당연히 이런 메시지는 올해 안으로 회담을 성사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북한은 냉담하기만 합니다. 지난 20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 발을 발사하며 유화 신호에 군사적 대응으로 답했고, 연합훈련 축소에 대해서도 달라진 게 없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처럼 미국은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지만, 북한은 받을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의 외교적 성과를 낸 뒤 북한과의 만남으로 2기 행정부의 대외 정책 성과를 이어가려 한다고 분석합니다.
왜 북한은 미국에 끌리지 않는가
북한의 태도가 단단해진 데는 경제적 버팀목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브루스 클링너 맨스필드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140억에서 200억 달러 규모의 식량과 연료, 자금, 군사기술을 지원받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과의 무역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으며, 가상자산 범죄로 연간 10억 달러가량의 수익까지 더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북한은 과거처럼 미국의 제재 완화를 절실히 필요로 하지 않게 됐습니다.
결국 북미 정상회담은 오히려 북한의 위상만 높여주는 카드가 된 셈입니다. 미국이 대화를 요청하는 상황 자체가 북한의 외교적 지위를 끌어올려주고 있어, 김정은 위원장은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설령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의 이해관계보다는 자신의 외교 성과를 우선시할 가능성이 커서 동맹국들의 소외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을지자유의방패 훈련 축소와 9월 쌍용훈련 취소가 이미 첫 번째 양보로 평가받고 있어, 북한이 추가적인 요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반도 안보의 새로운 과제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직면한 딜레마는 적지 않습니다. 북미 대화가 한국을 제외한 채 진행될 경우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강력한 억제력을 바탕으로 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확장억제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체 핵무장에 관한 전략적 논의를 본격화하며 원자력추진잠수함 사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대화의 문을 닫을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미 대화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여전하다는 신호를내며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이 무력으로 현상을 바꿀 수 없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의미 있는 평화가 온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주의적 외교가 변수인 지금, 한반도 안보는 어느 때보다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