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지키려다 맞은 죽음…대구 캐리어 시신 사건이 드러낸 가정폭력의 고립

한조경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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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달 전 수정 · 2026년 4월 4일 오전 7:49

발행: 2026년 4월 3일 오후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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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딸을 보호하려 동거하던 50대 장모가 사위의 폭행으로 숨진 채 캐리어에 유기된 사건이 세간을 충격에 빠뜨렸다. 피해자는 사위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하는 딸을 떠나지 못해 함께 생활하다가 오히려 표적이 됐고, 모녀는 휴대폰을 빼앗겨 고립됐다. 이 사건은 가정폭력 피해자의 극심한 고립과 사회적 보호 장치의 부재를 다시금 질문하게 한다.

끔찍한 범행과 은폐의 두 달

대구 신천에서 캐리어 속에 싸늘한 시신이 발견된 지난달 31일, 경찰의 긴급 체포로 20대 사위 조모 씨와 그의 아내 최 씨가 구속되었습니다. 조 씨는 지난달 18일, 자신의 장모 A씨(50대)를 장시간 폭행해 숨지게 한 후 시신을 캐리어에 담아 하천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건 범행 이후 약 2주 동안 아내 최 씨가 남편의 통제 아래 범행 사실을 숨기며 일상을 함께 했다는 점입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살인이 아닌, 장기간의 가정폭력이 초래한 참혹한 결과이자 피해자를 철저히 고립시키는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너를 혼자 둘 수 없다” 엄마의 마지막 선택

피해자 A씨의 비극은 딸을 보호하려는 모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여러 매체의 보도와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의 딸 최 씨는 지난해 결혼 직후부터 사위 조 씨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해 왔습니다. 이를 안타까워한 A씨는 딸을 지키기 위해 지난해 8월께부터 딸 부부와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딸은 엄마에게 위험한 상황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라고 권유했지만, A씨는 “어떻게 너를 혼자 두느냐”며 자리를 지켰습니다. 올해 2월 대구 중구의 오피스텔형 원룸으로 이사한 후에도 A씨의 선택은 변함이 없었죠. 그러나 딸을 보호하기 위한 동거는 오히려 A씨 자신을 표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삿짐 정리를 서두르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조 씨의 폭행은 A씨에게까지 확대되었고, 모녀의 휴대폰은 빼앗겨 외부와의 연결고리마저 끊겼습니다.

고립과 공포, 그리고 사회가 돌봐야 할 질문

이 사건은 가정폭력 피해자가 얼마나 쉽게 고립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조 씨는 폭행과 함께 모녀의 휴대폰을 압수하며 외부 도움을 원천 차단했습니다. 아내 최 씨는 남편의 보복이 두려워 범행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했고, 시신 유기 현장에도 동행하게 됐습니다. 경찰은 최 씨의 얼굴에서 멍자국을 확인하며 그녀 역시 폭력의 피해자였음을 추정하고 있습니다. 범행 후 2주간의 은폐 기간은 피해자의 고립이 얼마나 완벽했는지, 그리고 사회적 안전망이 그곳까지 도달하지 못했는지를 말해줍니다. 현재 경찰은 조 씨에게 존속살해 및 시체유기 혐의를, 최 씨에게 시체유기 혐의를 적용한 상태이며, 조 씨의 아내에 대한 가정폭력 혐의 추가 적용도 검토 중입니다. 휴대폰 포렌식을 통한 범행 동기 분석도 진행되고 있어 사건의 전모가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