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청문회, 책임 회피와 과거 은폐 의혹의 이중주

한J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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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수정 · 2025년 12월 18일 오후 12:16

발행: 2025년 12월 17일 오후 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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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국회 청문회에서 김범석 의장은 불출석했고, 한국어를 못 하는 외국인 대표가 출석해 실질적인 답변을 회피하며 논란을 빚었다. 여기에 5년 전 노동자 과로사 사건 당시 김 의장의 은폐 지시 의혹까지 제기되며 쿠팡의 책임 회피 태도에 비판이 집중됐다. 국회는 김 의장 등을 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청문회는 ‘영어 듣기평가’ 시간이었나

3,37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된 국회 청문회가 지난 17일 열렸는데요, 핵심 인물은 자리를 비웠습니다. 쿠팡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김범석 씨는 정당한 이유 없이 청문회에 불출석했고, 대신 출석한 것은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해럴드 로저스 신임 대표였습니다. 질의응답은 교차 통역으로 이뤄졌고, ‘조사 중’,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례적인 답변만 반복되며 실질적인 진상 규명은 요원해 보였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 장면을 두고 ‘한국 국회사에 수치로 남을 장면’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죠. 청문회 내내 ‘I don’t speak Korean’이 연발되며,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동문서답만 반복되는 모습에 여야 의원들의 어이없음과 분노가 쏟아졌습니다.

쿠팡의 대응은 해외와 국내에서 확연히 달랐습니다. 사고 발생 약 2주 후인 지난 16일이 되어서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서를 제출한 쿠팡은, 해당 사고가 ‘중대한 사고가 아니며’, 미국 법상 신고 의무나 과징금 대상도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로저스 대표는 청문회에서도 “의무는 없었지만 이슈가 돼서 공시했다”며 사태를 경미하게 치부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막대한 규모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지 한참이 지난 뒤에야 공지가 이뤄졌는데, 이러한 이중적인 태도는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은폐’ 의혹

청문회가 한창 진행되는 도중, 더욱 충격적인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5년 전 쿠팡 물류센터에서 과로로 숨진 장덕준 씨 사건과 관련해, 김범석 의장이 과로 실태를 축소하도록 지시했다는 정황이 메신저 대화를 통해 제보된 겁니다. 2020년 공개된 대화 내용에 따르면, 김 의장은 당시 정보보호최고책임자에게 “CCTV 영상 중 회사에 유리한 부분만 부각하라”고 지시했고, “시급제 노동자가 열심히 일하겠어?”라는 발언까지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이는 사망한 노동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회사 이미지 관리에만 급급한 태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쿠팡은 이에 대해 즉각 반박했습니다. 해당 주장은 5년 전 비위 행위로 해고된 전 임원의 일방적인 주장이며,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제보자는 현재 쿠팡을 상대로 해고 무효 소송을 진행 중인 외국인 전 임원으로 알려져 있어, 진실 공방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 의혹은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라, 쿠팡의 조직 문화와 최고 경영진의 위기 대응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책임을 외면하는 ‘법적 구조’와 국회의 대응

흥미로운 점은 김범석 의장의 불출석과 ‘대타 사장’ 논의가 오래전부터 준비됐을 가능성입니다.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김 의장이 한국 법인의 법적 책임을 분산하기 위해 ‘대타 사장’을 물색하고 보고 라인을 은폐하는 방안이 내부에서 논의됐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이는 국정감사나 규제 조사에서 김 의장을 보호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법인이 주요 의사결정을 하고 실질 사업은 한국에서 진행되는 구조가 규제 회피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에 국회는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는 김범석 의장을 비롯해 청문회에 불출석한 박대준, 강한승 전 대표를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며 재발 방지에 나섰습니다. 청문회에서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국 법엔 위반 아냐”는 쿠팡 측 답변에 분노하며 “대한민국 법을 무시하는 겁니까?”라고 질타한 장면은, 한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글로벌 기업이 현지 법과 제도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정보 유출 문제를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배구조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촉발시킬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