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이 밑바탕 된 역대 최대 '성장 예산'
정부가 2027년도 총지출을 820조 9천억 원으로 확정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 전년 대비 12.8% 늘어난 수치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을 넘어선 증가율인데요. 이번 예산안의 가장 큰 특징은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된 대규모 추가 세수를 미래 투자와 민생 안정에 동시에 쏟아붓는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162조 3천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해 청년과 지방, 성장동력, 인재 육성에 집중적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번 예산 편성의 배경에는 튼실해진 국세 수입이 있습니다. 2027년 국세 수입은 584조 4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법인세와 소득세 증가가 크게 반영된 결과입니다. 덕분에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0.1%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면서, 확장적인 재정 투자와 재정 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 예산이 단순한 총수요 자극이 아닌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한 총공급 확충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I와 첨단기술에 74% 쏟아붓는 과기 예산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투자는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 눈에 띕니다. 과기정통부 예산은 29조 6천억 원으로, 전체의 74%인 21조 7천억 원을 AI와 첨단기술에 집중 투입했습니다. AI 예산만 9조 4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84.3%나 급증했는데, GPU 확충에 3조 8천억 원을 배정하고 데이터 경쟁력 강화와 생성형 AI 인재 양성에도 대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핵융합, SMR(소형모듈원자로), 양자, 우주항공, 첨단바이오 등 7대 SEED 산업과 반도체 특별회계, 피지컬AI 등 3대 메가 프로젝트에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특히 피지컬AI 분야에는 3조 1천억 원이 배정되어 로봇과 같은 물리적 하드웨어에 생성형 AI를 결합하는 글로벌 1강 도약을 노리고 있습니다. R&D 예산 전체로 보면 39조 5천억 원으로 편성되어 양자 분야 3,700억 원, 핵융합 1,600억 원 등 전방위적인 기술 경쟁력 확보에 나섰습니다.
민생과 제도 개편은 어떻게 담겼나
미래 투자 못지않게 민생 분야도 상당한 규모의 예산이 편성되었습니다. 교육 분야에는 110조 7천억 원을 투입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늘리고 거점국립대 경쟁력 강화를 지원합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혼인신고 부부에게 100만 원을 지급하고, 출산 순위에 따라 최대 1,500만 원의 패키지 지원금을 주기로 했으며 아동수당도 기존 최대 13만 원에서 30만 원까지 확대했습니다.
사법 체계 개편도 예산에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검찰청 폐지와 함께 다음 달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에 총 1조 8천억 원이 배정되었고, 범죄피해자 국가배상금 예산은 1,448억 원에서 8,400억 원으로 대폭 증액되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역시 역대 최대인 25조 7천억 원을 편성해 전기차 보조금 43만 대 지원과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대규모 확장 재정이 2030년까지 이어지면서 총지출이 1,000조 원을 넘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중장기적인 재정 운용의 효율성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