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마감일에 던진 배수진
국민의힘의 6·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 신청이 마감됐지만, 가장 주목받던 오세훈 현 서울시장은 서류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는 ‘당 노선의 정상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지도부의 변화를 요구하는 조건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이는 당 내부에 대한 강력한 정치적 경고이자, 사실상의 배수진으로 해석됩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에 대해 **“안 될 선거에는 나가지 않는 것이 오세훈 시장의 특징”**이라고 분석하며, 그의 계산적인 정치적 판단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오 시장의 선택은 당내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윤상현 의원은 이 상황이 당에 대한 경고라며, 수도권 후보 부족과 맞물려 국민의힘이 대구·경북(TK) 지역에만 의존하는 ‘TK 자민련’ 신세를 면치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주호영 의원 역시 대구 민심이 “힘을 합쳐 민주당과 싸워도 모자랄 판에 너희들끼리 싸우는 꼴이 보기 싫다”는 반응이라고 전하며 당의 위기를 직시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무너지는 지지 기반과 늘어나는 공백
오세훈 시장뿐만 아니라 나경원, 신동욱, 안철수 의원 등 서울시장 잠재주자들도 잇달아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국민의힘의 후보 공백은 더욱 커졌습니다. 시·도지사 공천에 신청한 38명 중 현역 국회의원은 고작 7명에 불과했고, 그마저 대구에 5명이 집중되는 등 지역 편중 현상이 뚜렷합니다. 일각에서는 ‘후보 돼 떨어지느니 현역 의원 금배지를 지키는 게 낫다’는 보수적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합니다.
더 큰 충격은 당의 전통적인 강력 지지층인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에서도 찾아왔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해당 지역에서 국민의힘을 20%p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2010년 오세훈 시장의 당선을 이끌었고, 2018년 참패 당시에도 유일하게 서초구청장을 지켜냈던 핵심 표심이 흔들리고 있는 겁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대구마저 위태로운 지경”이라며 2018년보다 더 큰 참패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기강 세우기’ 대 ‘새로운 보수’ 외부 도전
이런 혼란 속에서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강한 원칙론을 펼쳤습니다. 그는 “후보가 없는 선거를 치르더라도 공천 기강은 반드시 세울 것”이라고 선언하며, 공천 접수 기간을 준수하지 않고 추가 모집을 기대하는 행태를 단호히 경계했습니다. 당은 오세훈 시장의 요구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의원총회 소집을 검토 중이지만, 공관위의 이런 엄정한 태도는 규정과 절차에 따른 공정한 공천 과정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한편, 당을 떠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 기회를 공격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는 “국민의힘은 후보를 버리고, 후보는 당을 버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시스템 자체의 붕괴를 지적했습니다. 그는 국민의힘이 보수 재건의 파트너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개혁신당이 AI 공천 시스템 등 혁신을 통해 새로운 보수 정치의 대안이 되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내부적 기강 확립과 외부적 정체성 경쟁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