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가격으로 시장 선점
올해 CES에서 가장 강력한 인상을 남긴 것은 단연 중국 기업들이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미국산 대비 10분의 1 수준인 700만 원대에 선보이며 파격을 이뤘다.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도 두기(Doogee)가 1만 원, 하이퓨처가 2만 원 안팎의 초저가 모델을 내놓았고, 아오키는 챗GPT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4만 원에 선보였다. 이런 가격 공세는 중국의 거대 내수 시장과 규모의 경제, 그리고 이를 통한 데이터 확보가 만들어낸 강점이다. 제품 당 마진은 낮지만, 판매량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축적된 데이터로 기술을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
영역을 넘나드는 혁신
기존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로봇 청소기 업체 드리미는 콘셉트 전기차 ‘네뷸라 넥스트 01’을 전시하며 자동차 산업 진출 의지를 드러냈다. 가전 기업들도 로봇에 집중했다. LG전자는 홈 로봇 ‘LG 클로이드’로 전시장 안내를 맡겼고, 하이센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할리’가 RGB 미니 LED TV를 소개하는 쇼를 선보였다. 보쉬는 AI가 요리법을 인식해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하는 ‘조리 AI’ 기능을 탑재한 인덕션을 공개했다. 독일의 셰플러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부품인 유성기어 액추에이터를 선보이며 산업용 로봇의 정밀도를 높이는 기술을 과시했다.
닮은꼴 논란과 독창성의 과제
하지만 중국 기업들의 혁신에는 아직 걸림돌이 있다. 드리미의 반려동물 공기청정기는 LG전자의 ‘퓨리케어 에어로캣타워’와, 에어컨은 삼성전자의 무풍에어컨과 디자인이 흡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이센스의 스마트홈 생태계 역시 삼성 스마트싱스의 3D 맵 뷰와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전시 규모와 제품 완성도는 높아졌지만, 독창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술 추격 속도는 빠르지만, 진정한 혁신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남들과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CES 2026은 중국 테크 기업의 도전이 본격화됐음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가격 경쟁력과 다양한 시도로 시장을 넓히고 있지만, 독창성 논란에서 벗어나 기술 리더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