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조사이자 마지막 기회
윤석열 전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20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조사는 8시간 30분 만에 끝났다. 특검 수사 기한이 28일로 8일 남은 상황에서 이번 조사는 처음이자 사실상 마지막이 될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아는 부분에 대해 성실히 답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모든 혐의에 대해 일관되게 “몰랐다” “개입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특검은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의 출석을 반복적으로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체포영장까지 발부했었다. 결국 이번 조사 직전 변호인을 통해 “마침표를 찍기 위해 왔다”는 입장을 밝힌 윤 전 대통령이 스스로 응한 셈이다. 특검은 이번 조사를 통해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공모 관계를 입증하고, 김 여사의 혐의를 알선수재에서 뇌물로 변경하는 결정적 고리를 확보하려 했다.
주요 혐의와 “모르는 일”이라는 반박
조사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이뤄졌다. 첫째,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 공천 등에 개입했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다. 둘째, 김 여사가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서성빈 씨 등으로부터 고가 금품을 받고 인사·이권 청탁을 들어준 ‘매관매직’ 의혹이다. 셋째, 2021년 대선 토론회에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및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 사실과 다른 발언을 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160쪽에 달하는 질문지를 준비해 꼼꼼히 캐물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김 여사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 “공천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도이치모터스 관련 발언은 사실로 알고 있었다”며 일체의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 역시 “국가교육위원장 임명 과정에서 김 여사와 협의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특검, 남은 기간 내 기소 여부 결정해야
이번 조사로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입장을 직접 확인했지만, 혐의 입증에 결정적인 진술을 얻지는 못했다. 윤 전 대통령이 모든 혐의를 부인했기 때문에 기존에 확보한 물증과 다른 증인들의 진술만으로 공모 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검은 김 여사에 대해서는 이미 기소했지만, 윤 전 대통령을 함께 기소할지 여부를 28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만약 특검이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공모를 인정해 뇌물죄로 기소한다면, 전직 대통령 부부가 함께 법정에 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반대로 증거 부족으로 기소하지 않으면 윤 전 대통령의 혐의는 사실상 무혐의로 끝나게 된다. 수사 종료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만큼 특검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한편, 이번 조사에 앞서 전재수 전 통일부 장관이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으로 14시간 넘는 조사를 받은 것과 비교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 조사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마무리됐지만, 특검은 “필요한 사항은 모두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이제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진술과 기존 증거를 대조해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 모두가 이번 특검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연 특검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그리고 그 결론이 한국 정치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