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에서 적으로...애플의 '블록버스터급' 소송
애플이 한때 협력사였던 오픈AI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 북부지방법원에 접수된 소장에는 오픈AI 법인과 전직 애플 임직원들이 피고로 올랐는데요. 애플은 이들이 아이폰과 애플워치 등의 하드웨어 제조 공정, 설계 도면, 공급망 전략 등 핵심 영업비밀을 조직적으로 빼돌려 오픈AI의 하드웨어 사업에 활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인물은 애플의 전 제품 디자인 부사장이자 현재 오픈AI 최고하드웨어책임자인 탕 유 탄과, 전 선임 시스템 엔지니어 창 리우입니다. 애플에 따르면 창 리우는 이직 후에도 업무용 노트북을 반납하지 않고 인증 취약점을 이용해 내부 서버에 접속했으며, 기밀 파일 수십 개를 무단으로 다운로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탕 유 탄은 퇴사 전 공급망 관련 문서를 개인 이메일로 빼돌렸고, 면접 과정에서 지원자들에게 애플의 부품을 가져오라고 요구한 정황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었습니다.
사실 두 회사는 불과 얼마 전까지 긴밀한 파트너였습니다. 2024년까지 애플 인텔리전스에 챗GPT를 탑재하는 등 협력을 이어왔으나, 애플이 시리의 AI 모델로 구글 제미나이를 선택하고 오픈AI가 조니 아이브가 설립한 io를 인수하며 하드웨어 시장에서 직접적인 경쟁 관계로 돌아선 것이죠. 현재 400명이 넘는 애플 출신 인력이 오픈AI에 몸담고 있어 이번 소송은 단순한 기밀 유출을 넘어 차세대 AI 기기 주도권을 둘러싼 전략적 충돌로 읽힙니다.
"사기꾼" vs "떴다방"...거물들의 키보드 전쟁
애플의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일론 머스크와 샘 올트먼의 갈등도 다시 표면으로 떠올랐습니다. 머스크는 자신의 SNS 엑스(X)를 통해 올트먼을 '스캠(Scam) 올트먼'이라 칭하며 조롱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그는 올트먼이 2023년 연방 상원 청문회에서 연봉 없이 일하는 것을 사랑한다고 한 발언을 인용하며, 그가 사기 치는 것을 세상 그 누구보다 좋아할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에 올트먼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머스크를 '홈보이'라 칭하며, 스페이스X와 xAI가 추진하는 위성 궤도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현실성 없는 '떴다방'에 비유하며 맞받아쳤습니다. 두 사람의 설전은 단순한 감정 싸움을 넘어 최신 AI 모델 경쟁의 연장선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픈AI의 GPT-5.6와 xAI의 그록 4.5가 각각 공개된 가운데, 올트먼은 머스크가 계속 자신에게 집착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모델이 최고라는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오픈AI의 공동창업자였던 이들은 비영리 운영 원칙과 영리 법인 전환 문제로 갈라섰고, 머스크는 관련 소송에서 패소 판결까지 받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법정에서의 패배가 두 사람의 적대감을 잠재우지는 못했고, 이번 애플 소송을 계기로 SNS라는 새로운 전장에서 다시 맞붙게 된 것입니다.
AI 하드웨어 주도권 쟁탈전, 어디까지 갈까
이번 분쟁의 본질은 결국 AI 하드웨어 시장의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가에 대한 격전입니다. 오픈AI는 io 인수를 통해 자체 AI 기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이는 애플의 전통적인 강점 영역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지점입니다. 애플은 수십 년간 축적한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노하우가 무단으로 유출되었다며 즉각적인 사용 중단과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오픈AI는 다른 회사의 영업비밀에는 관심이 없으며 혁신 기술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법원이 애플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일 경우, 오픈AI는 하드웨어 제품 디자인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등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오픈AI의 시장 진입을 지연시키려는 애플의 전략적 대응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AI 기술 경쟁이 점차 하드웨어로 확장되는 가운데, 인재 영입 과정에서의 기밀 유출 문제는 빅테크 기업들이 공통으로 마주한 민감한 쟁점입니다. 애플과 오픈AI의 법적 공방이 어떤 결론에 이를지는 차세대 AI 기기 생태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