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철강 수입 규제 대폭 강화
유럽연합(EU)이 철강 시장 공급 과잉 및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철강 수입 규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기존의 세이프가드 조치를 대체할 저율관세할당(TRQ) 제도를 통해 연간 무관세 쿼터 물량을 47% 축소하고, 쿼터를 초과하는 물량에 부과되는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대폭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값싼 중국산 철강의 원산지 세탁을 막기 위해 ‘조강’ 기준을 도입하여 모든 수입 철강재에 대한 원산지 증빙 의무를 부과할 예정입니다. 이 규제는 2026년 6월 말 회원국 투표를 거쳐 최종 도입될 전망입니다.
K-철강, 최대 수출 시장서 '겹악재'
EU의 이번 규제 강화는 한국 철강 산업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EU는 지난해 한국 철강 수출액의 44억 8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최대 수출 시장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한국은 이미 지난 6월 미국이 부과한 50% 철강 관세로 인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EU의 규제 강화라는 또 다른 악재를 맞게 된 것입니다. 특히 열연, 냉연, 아연도금강판 등 한국의 대EU 주요 철강 품목 수출의 약 55%가 이번 쿼터 축소 및 관세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EU는 자국 철강 산업 보호와 더불어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환경 규제 강화 차원에서 이번 조치를 시행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국내 산업계, '고강도' 지원 요청
이러한 대외적 압박 속에서 국내 철강 산업계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철강업계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12%에서 지난해 1.8%로 급감했으며, 글로벌 공급 과잉과 중국산 저가 철강 유입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입니다. 여기에 더해 급등한 산업용 전기요금은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2021년 kWh당 105.5원이었던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3년 181.8원으로 70% 이상 상승하여, 철강업계의 전기요금 부담이 매출의 25%에 달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경쟁국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요금과 적극적인 정부 지원 정책을 펼치는 것과 달리, 한국 산업계는 높은 전기료와 부족한 지원으로 인해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정부의 고강도 지원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정부, '총력 대응' 나서
정부는 EU의 철강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해 총력 대응 방침을 밝혔습니다. 산업통상부는 EU와의 외교 채널을 통해 국내 철강 업계의 입장을 전달하고, 무관세 할당량 확보 및 피해 최소화를 위한 협상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집행위원과 회동하며, EU가 강조하는 규칙 기반 무역 질서와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유지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정부는 또한 이달 중 관계 부처 합동으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하여, 글로벌 공급 과잉에 대응하고 국내 철강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구체적인 지원책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여기에는 품목별 대응 전략 수립, 불공정 수입에 대한 통상 방어 강화, 저탄소·고부가 철강 산업으로의 전환 투자 확대 지원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철강 수출 기업의 애로 해소를 위해 약 4000억 원 규모의 ‘철강 수출공급망 강화 보증상품’ 신설을 포함한 금융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WTO 및 한-EU FTA 등 다각적인 통상 채널을 활용하여 EU의 조치에 대응하며 국내 철강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