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은 없다? 현대차의 다른 선택
현대자동차가 최근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시장의 불안을 일축하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호세 무뇨스 대표는 전기차 시장의 캐즘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단지 각 국가나 지역별로 전기차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다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판단 아래 현대차는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시장에 각기 다른 동력계 전략을 펼치기로 했습니다.
사실 최근 몇 년간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일부에서는 보조금 정책 변화와 충전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시장 성장세가 꺾였다고 보는데요. 현대차는 이런 시선에 굳이 반박하지 않으면서도 대신 해결책을 제시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고객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주는 것이 그 핵심입니다.
미국은 EREV, 유럽은 EV 중심으로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이른바 EREV의 개척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내년 상반기 싼타페 EREV를 시작으로 관련 차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인데요. EREV는 대용량 배터리와 내연기관을 결합해 전기차 주행거리에 대한 소비자 불안을 덜어주는 대안으로 꼭힙니다. 미국 소비자들이 여전히 주행거리와 충전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이 전략은 상당히 현실적인 접근으로 보입니다.
유럽에서는 방향이 조금 다릅니다. 환경규제 대응을 위해 전기차 판매를 집중적으로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유럽에서 전기차 42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는데요. 이는 유럽 연합의 내연기관 퇴출 계획과 맞물려 볼 때 합리적인 수순으로 풀이됩니다.
중국 시장은 또 다른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현지 파트너십과 기술 도입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고자 합니다. 올해 상반기 출시한 아이오닉 V에 이어 내년에는 소형 SUV 전기차와 준중형 EV 및 EREV 겸용 모델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입니다. 중국은 단순한 판매 시장을 넘어 중남미와 동남아, 중동 등으로 진출하는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이 잡을 미래
현대차는 하드웨어 외에도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즉 SDV와 자율주행 기술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박민우 AVP본부장은 2028년부터 양산되는 SDV 차량을 통해 확보한 주행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는데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9년에는 아트리아 AI를 양산차에 적용할 계획입니다.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는 결국 얼마나 많은 실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기에, 이 전략은 기술 격차를 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공개, 즉 IPO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최근 로봇 산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높은 가운데 나온 관측이었지만, 현대차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죠. 차량 가격과 관련해서는 원자재와 물류비 상승 등의 부담이 여전한 상황입니다. 다만 구매와 생산, 그리고 기술 최적화를 통해 비용 경쟁력을 확보해 가격 상승 요인을 상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현대차가 제시한 로드맵은 결국 하나의 기술에 모든 것을 걸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시장 상황과 소비자 요구에 따라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EREV, 전기차를 유연하게 배치하며,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으로 미래 경쟁력을 준비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어떤 동력계가 승자가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현대차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각 시장의 문을 두드리려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