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나타난 악어와 맹독사
경기 여주의 하천에서 80cm짜리 샴악어가 포착되었고, 수원의 도서관 근처에서는 2m에 달하는 나일왕도마뱀이 수색됐습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실제 도심에서 벌어지고 있는데요. 최근 외래 야생동물이 잇따라 출몰하면서 시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동물들이 국내에 들어오는 경로는 대부분 불법입니다. 해외 판매책과 국내 유통책이 SNS를 통해 연결되고, 가상자산으로 거래까지 이뤄지는 치밀한 밀수망이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밀반입 과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잔혹한데, 어린 개체의 입을 테이프로 막아 과자 상자나 속옷 속에 넣어 반입하는 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질식사하거나 스트레스로 폐사하는 개체가 수두룩하지만, 살아남은 일부는 수십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거래되며 막대한 차익을 남깁니다.
충동 구매와 무책임한 유기의 악순환
문제는 이렇게 들어온 동물들이 쉽게 버려진다는 점입니다. 일부 소비자는 희귀 동물을 과시하려는 호기심에 충동적으로 구매했다가 사육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유기합니다. 실제로 샴악어를 키우던 주인은 파충류 카페에서 120만 원에 택배로 받았으며, 마당에서 일광욕을 시키던 중 사라졌다고 진술했습니다.
밀수 조직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초등학교 인근 주택이나 고시원 같은 생활 밀접 공간을 비밀 사육장으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안전장치 없이 서랍장에 맹독사를 보관하는 등 주민들을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시키는데요. 하지만 적발돼도 집행유예나 소액 벌금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불법 유통을 근절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변온동물의 특성상 기존 통관 장비로는 식별이 쉽지 않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생태계 교란과 감염병 위험
외래종이 이렇게 유입되고 방치되면 토종 생태계를 교란하는 건 물론, 미지의 변종 병원체가 확산될 위험이 큽니다. 특히 좁은 공간에 갇혀 온갖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들은 각종 병원체를 옮기기 쉬운 상태인데요. 이것이 자연으로 풀려나면 예측 불가능한 공중보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육 허가제와 개체 등록제를 조속히 안착시키고, 밀수 행위에 대한 법정형을 대폭 상향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검역 강화와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충동 구매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