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으로 열린 대피의 문
우크라이나 남부 러시아 점령지 올레시키에서 국지적 휴전이 발효되면서 고립됐던 주민 750여명이 대피를 마쳤습니다. 이번 휴전은 멜라니아 트럼프 미국 영부인의 중재로 이뤄졌는데요, 10월 27일 오전 발효돼 모스크바 시간 기준 11월 1일 밤까지 유지됩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휴전 기간 도로 지뢰가 제거되고 식량과 의약품 등 구호물자가 전달됐다며 미국과 멜라니아 여사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대피는 버스 25대와 구급차 9대까지 동원된 대규모 인도주의 작전으로 진행됐습니다. 주민들은 크림반도와 러시아 아나파, 벨라루스 고멜을 거쳐 체르니히우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는데요, 한 살 아기부터 94세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포함됐습니다. 우크라이나 측은 안전을 위해 도착 지점과 인원을 비공개로 유지했지만, 국경 일대에는 구호 텐트와 반려동물 사료까지 마련됐다고 전해졌습니다.
전쟁 4년, 인구 2만4천에서 2천으로
올레시키는 드니프로강을 사이에 두고 헤르손시와 마주보는 곳으로, 2022년 2월 개전 직후 러시아군에 점령됐습니다. 전쟁 전 2만4천명이던 인구는 최근 1700~2000명 수준으로 줄었는데요. 전선 인근 금지구역에 놓인 주민들은 전기와 가스, 식수가 끊긴 채 생활했고, 식량을 구하려면 지뢰가 깔린 길을 오가야 했습니다.
대피한 주민들은 최근 몇 달간 드론이 마을 위를 날아다녔다고 전했으며, 사위가 러시아군에 징집될까 두려웠다는 사연도 전해졌습니다. 러시아로 향하기로 한 주민들도 같은 시기 크림반도 심페로폴 임시 숙소로 이동했는데요. 양국 인권담당관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인도주의 임무를 정례화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집권당 원내대표는 이번 휴전을 개전 이후 가장 큰 긴장 완화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정유공장 공격은 재개
휴전 소식과 대비되게 전장에서는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10월 30일 새벽 러시아 사마라 지역 노보쿠이비솁스크 정유공장을 공격했는데요, 미국의 압박 속에 약 2주간 중단했던 러시아 석유 시설 타격을 재개한 겁니다. 전날 러시아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으로 민간인 최소 27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 부상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시설을 체계적으로 공격하고 있어 대응 차원의 조치로 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정유공장 공격이 세계 연료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고 비난해왔지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주된 원인을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보고 있습니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가 트럼프의 요청을 대놓고 무시했다며 반응을 날세웠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정유시설 공격 중단의 대가로 자국 에너지 시설에 대한 더 강력한 보호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국지 휴전이 만들어낸 인도주의적 성과가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양국의 선택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