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이후 첫 걸음, 외교적 신뢰 구축
올해 4월 외교 관계를 정상화한 한국과 시리아가 첫 공식 협의 테이블에 마주 앉았습니다. 정광용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이 현지 시각 12월 4일 다마스커스에서 유세프 알-하자르 시리아 외교부 정무총국장과 만나 제1차 국장급 정책협의회를 개최한 겁니다. 이번 회의는 단순한 외교적 절차를 넘어, 13년간의 내전을 끝낸 시리아와의 협력 본격화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양측은 회의에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실질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특히 시리아 측은 한국의 경제 발전 경험을 공유받기를 희망하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도 재확인했습니다.
폐허 위의 재건, 300조 원 규모의 기회와 도전
협의회 직후 열린 한-시리아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경제 협력의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시리아 정부는 한국 기업들에게 적극적인 재건 사업 참여를 요청했습니다. 세계은행은 시리아의 재건 비용을 약 2,2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300조 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13년간의 내전으로 통신, 전력, 도로 등 사회 기반 시설의 절반 가까이가 파괴된 상태라, 복구 수요가 막대한 겁니다. 시리아 경제부 장관은 전력 생산 시설 복구, 정보통신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을 특히 높이 평가하며 협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한국산 자동차 점유율이 50%를 넘을 정도로 한국 제품에 대한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다는 점도 진출 기업에게는 호재입니다.
그러나 시장 진출에는 난관도 적지 않습니다. 새 정부의 행정 시스템이 아직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고, 국제 금융 거래도 원활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한국과 시리아 간 투자보장협정이나 이중과세방지조약이 체결되지 않아 투자 환경이 불안정합니다. 코트라 요르단 암만 무역관장은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초기에는 소규모 성공 사례를 만드는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합니다. 큰 그림을 그리기 전에 현장의 리스크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현장의 목소리, 끝나지 않은 내전의 그림자
외교관들의 회의실 논의와는 별개로, 시리아 땅에는 여전히 전쟁의 생생한 상흔이 남아 있습니다. 한국 언론이 내전 종식 후 최초로 방문한 다마스쿠스 인근 하라스타 지역에서는 아직도 불발탄 제거 작업이 한창입니다. 건물 잔해 속에 매설된 대인지뢰와 포탄으로 인해 '쾅 쾅' 소리가 종종 들려올 정도로 위험한 환경입니다. UNDP와 NGO 단체들은 한국의 지원을 받아 잔해 치우기와 폭발물 제거 작업에 매진하고 있지만, 주민의 약 절반은 여전히 피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실은 경제 협력이 단순한 사업 차원을 넘어, 인간적 회복과도 깊이 연결되어야 함을 보여줍니다.
새로운 동반자 관계, 어떤 미래를 그릴 것인가
이번 협의회를 시작으로 한국과 시리아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과거 북한의 혈맹국이자 한국의 유일한 미수교국이었던 시리아와의 관계 정상화 자체가 한반도 외교 지형에서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 외교적 관계를 실질적 성과로 연결시키는 일입니다. 시리아 재건은 단순히 건설 사업을 넘어, 교육, 보건, 행정 시스템 구축 등 포괄적인 지원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한국은 '샤인 이니셔티브'의 틀 안에서 인프라 구축 경험과 기술을 공유하며 신뢰를 쌓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양국 관계의 진전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분쟁 후 사회의 평화적 재건에 한국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