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하게 쓴 전역모 한 장
2026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일부 국가대표 선수들이 '군대 안 간다'는 문구가 적힌 모자를 비스듬히 쓰고 인증샷을 공개했습니다. 군 면제를 자축하는 듯한 발언까지 이어지면서 여론은 빠르게 얼어붙었고, 병역특례 제도 자체를 다시 보자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이번 대회로 특례 대상이 된 선수는 모두 57명입니다.
국방부는 곧바로 유감을 표했습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형평성과 공정성, 병역자원 감소, 국민적 공감대를 고려해 예술·체육요원 보충역 감면과 폐지를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973년에 시작된 제도
현행 제도는 1973년 도입됐습니다.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는 체육요원으로, 병무청장이 정한 예술경연대회 입상자와 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 이수자는 예술요원으로 편입돼 병역 혜택을 받습니다. 국위선양과 동기 부여를 목적으로 출발해 이후 여러 차례 손질을 거쳤습니다.
문제는 두 분야의 온도차입니다. 예술 분야는 대상 대회를 2008년 148개에서 현재 35개로 줄이며 문턱을 크게 높였는데, 체육 분야는 1990년부터 '올림픽 3위 이상·아시안게임 1위' 기준이 그대로입니다. 매년 예술요원은 3040명, 체육요원은 1520명 수준으로 예술 쪽 혜택이 두 배가량 많은 구조도 형평성 논란을 키웠습니다.
마일리지제와 단계적 축소
정부는 축소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입니다. 병무청은 예술·체육 분야 병역 혜택 개선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결과는 이달 15일 발표될 예정입니다. 대회 규모와 참가국 수, 메달 종류를 점수로 환산하는 이른바 '마일리지제' 도입과 공익복무 강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배경에는 인구 감소가 있습니다. 2025년 남성 20세 인구는 23만여 명이고, 2045년에는 11만여 명까지 줄어들 전망입니다. 여야 모두 폐지나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면서 53년 이어진 병역특례는 체육 분야를 중심으로 존폐 기로에 섰습니다. 다만 한 번에 없애기보다 단계적으로 줄이자는 쪽에 무게가 실립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이들이 손해 보지 않게 하는 균형점을 어디에 둘지가 남은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