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이후 재개되는 협상의 불씨
미국과 이란이 다음 주 파키스탄에서 다시 만납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방송 알 아라비야는 양국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가 마무리되는 대로 오는 11일부터 종전 합의 후속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이번 협상에서는 대이란 제재 완화와 동결 자금 해제, 핵 프로그램 논의 등 양측의 핵심 현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입니다.
사실 양국은 지난 6월 17일 종전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에도 긴장을 완전히 풀지 못했습니다. 7월 1일 카타르 도하에서 실무단 간접 회담이 열렸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요. 하지만 이란이 동결 자금 일부 해제에 합의했다고 주장하자 미국 측은 즉각 사실을 부인하며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협상 테이블은 다시 마련됐지만, 양측의 신뢰는 여전히 얇은 상태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둘러싼 통행료 공방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호르무즈 해협입니다. 이란은 최근 이 해협의 오만 측 남쪽 항로에 특수부대까지 배치하며 통제력을 과시하고 있는데요. 이란은 자국이 승인한 항로를 이용하지 않는 선박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지상 관측소와 공중 감시 체계를 동원해 항행을 사전 식별하고 있고요.
미국은 이러한 통제 철회를 조건으로 카타르에 동결된 이란 자금 60억 달러를 해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이란은 연간 40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는 통행료 수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통행료 한 푼을 두고 양국이 팽팽히 맞서면서, 해협의 하루 선박 통행량은 일주일 만에 75척에서 43척으로 급감했습니다. 전 세계 석유 소비의 20%가 지나는 이 길목이 막히면 국제 유가와 물류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반면 서방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이란과 오만이 제공하는 서비스료를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인데 반해, 미국과 걸프 아랍 국가들은 국제 해양법상 통항 자유를 근거로 요금 부과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죠.
비핵화 과정이라는 트럼프, 강경은 유지하는 이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CNBC 인터뷰에서 이란이 미국의 요구 사항에 거의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현재 상황을 전쟁이 아닌 비핵화 과정으로 규정하며, 이란의 군사력이 사실상 무너졌다고 자평했는데요. 또한 이란의 동결 자산을 활용해 미국 농산물을 독점 공급하는 방안까지 언급하며 협상의 여지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란의 태도는 한결같이 강경합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미국 간섭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바레인에서 열린 역내 안보 회의에 대해서도 미국의 철수만이 평화를 보장한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협상은 진행되고 있지만, 이란이 실질적인 양보를 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8월 중순이면 종전 양해각서에 따른 60일간의 통행료 면제 기간이 끝납니다. 협상이 본격화될 11일 파키스탄 회담에서 양측이 어떤 돌파구를 찾을지, 아니면 해협 긴장이 더 고조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