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의 중심에 선 중저가 아파트
서울 아파트값이 2주 연속 상승폭을 확대하며 뚜렷한 반등 신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5주차에는 전주 대비 0.12% 상승했는데, 이는 직전 주보다 두 배 가까이 커진 오름폭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상승세를 이끈 주역이 15억 원 이하의 중저가 아파트라는 사실입니다. 성북구, 서대문구, 강서구 등 비한강벨트 지역에서 각각 0.27% 내외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1분기 누적 상승률이 3%를 넘어선 곳도 나왔습니다. 반면, 강남 3구는 여전히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서초구와 송파구의 하락폭이 줄어드는 등 시장의 분위기는 지역에 따라 엇갈리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변화는 한강변에서도 나타났습니다. 그동안 하락세를 보이던 용산구와 동작구 아파트 가격이 각각 0.04% 상승하며 반등으로 전환됐습니다. 현대맨숀, 신동아리버파크 같은 단지에서는 신고가가 속출하며 시장 심리가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줬죠. 이는 서울 아파트값이 저점을 찍은 것이 아니냐는 평가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급매물 소진과 다주택자 매물 감소가 불러온 변화
이번 반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첫째는 그동안 시장을 짓눌렀던 급매물과 다주택자 매물이 상당 부분 소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양도세 중과 회피를 위해 쏟아지던 다주택자 매물이 줄어들면서, 급매를 위한 가격 인하 압력이 크게 완화된 겁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매물 수는 8만 건을 넘어섰다가 최근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살 사람은 이미 매수를 마쳤고, 남은 매물주들은 가격을 쉽게 내리지 않겠다는 심리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둘째는 정책의 불균형적 효과입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여전히 고가 아파트의 문턱을 높인 반면,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실수요는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거래의 절반이 9억 원 미만 아파트에서 발생했을 정도로 수요가 집중되고 있죠. 여기에 3040 세대의 주식 투자 성과 등으로 생긴 현금 유동성이 중저가 시장으로 흘러들어오며 상승세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전세 매물 부족이 매매 수요를 증가시키는 효과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지속될 반등, 아니면 일시적 현상?
앞으로의 전망은 낙관론과 신중론이 맞서고 있습니다. 낙관론의 근거는 매물 공급 측면에 있습니다. 다주택자들이 내놓을 추가 매물이 크게 없을 것이므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매물 잠금' 현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5월 양도세 중과 본격 시행을 앞두고 이런 움직임은 더 뚜렷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도봉구, 강북구 등 서울 외곽 '노도강' 지역에서 상승폭이 가팔라지며 상승세가 확대되는 모습도 지지 요인으로 꼽힙니다.
반면, 여전히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많습니다. 정부의 가계부채 증가율 제한(1.5%) 정책은 대출 규제의 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제 유가 폭등으로 건설공사비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건설 경기가 악화하면 재개발 사업의 지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현재의 반등이 본격적인 상승 사이클의 시작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매물 소진 현상인지는 정책 환경과 경제 흐름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은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규제의 그늘과 중저가 중심의 실수요 확대라는 양면적 흐름을 동시에 해석해야 하는 복잡한 국면에 접어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