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신청 쇄도에 중노위 '즉결심판' 검토
부당해고 등 노동 분쟁 구제신청이 급증하면서 중앙노동위원회가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제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이 명확한 사건은 신속히 심판하는 '즉결심판' 방식을 도입해, 단순 사건의 처리 기간을 단축하고 복잡한 사건에는 더 많은 심리 역량을 쏟으려는 취지인데요. 다만 이 방안은 최근 논란이 큰 개정 노동조합법 관련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2022년 1만 4,898건에 불과하던 구제신청 건수는 지난해 2만 3,925건으로 크게 늘었고, 올해는 3만 건을 훌씬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쏟아지는 신청에 중노위가 법원의 즉결심판 제도를 참고한 개선안을 내놓은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개정 노조법,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쌓이는 사건들이 이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입니다.
노란봉투법 둘러싼 법적 혼란 지속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중노위를 둘러싼 법적 분쟁은 점점 더 심화하는 양상입니다. 올해 중노위에 접수된 개정 노조법 관련 사건 70건 가운데 재심 판정 49건이 나왔고, 이 중 29건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었는데요. 판정에 불복한 기업과 노조가 잇따라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원으로 쏠리는 사건이 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쟁점은 노동쟁의 범위와 사용자성 판정입니다. 삼성전자 초기업 노조는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교섭 대상으로 삼겠다고 밝힌 반면, 경영계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배분이나 공장 신설은 경영권 영역이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이처럼 근로조건과 경영권의 경계가 모호한 탓에 중노위의 판정마저 일관성을 잃기 쉬운 상황입니다.
시행령 개정 논란과 제도 보완 과제
이러한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정부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기준을 명확히 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구속력 없는 지침 대신 시행령으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가운데, 고용노동부도 관련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행령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개정법이 노동쟁의 범위를 '사업경영상의 결정'까지 확대한 만큼, 근로조건과 경영권의 경계를 명확히 할 정교한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노동계는 이를 두고 법률로 보장된 권리를 시행령으로 축소하려는 시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은 이를 노동기본권의 후퇴이자 대기업 봐주기라고 비판하고 있는데요.
즉결심판 도입은 분쟁의 조기 해결과 중노위의 업무 효율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노란봉투법 관련 사건이 이 대상에서 빠지는 만큼, 근본적인 법적 혼란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적인 제도적 보완이 뒤따르지 않으면 중노위의 부담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