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선도 오르고 부수입 공제도 줄고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열고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전면 손봤습니다. 월 소득 1억 2천만 원 이상인 초고소득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상한선이 기존 월 459만 원에서 612만 원으로 33% 인상되었는데요. 월급이 1억 2천만 원인 직원과 월 10억 원을 받는 임원이 똑같은 보험료를 내왔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동시에 월급 외 이자·배당·임대 소득 등 부수입에 대한 공제 기준도 기존 2천만 원에서 1천만 원으로 절반 줄었습니다. 이로 인해 전체 직장가입자의 8.9%인 약 178만 명이 소득월액 보험료를 추가로 내게 되었고, 정부는 이를 통해 연간 7천70억 원의 재원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6년간 동결되었던 최저 보수 기준 역시 최저임금과 연동되어, 직장인 최저 건보료는 월 1만 80원에서 2만 2,260원으로 현실화됩니다.
재정 적자를 메우려는 고육지책
이번 개편이 시급해진 데는 건강보험 재정 상황이 절박했기 때문입니다. 건강보험 재정은 이미 적자로 돌아섰고, 누적 준비금은 3년 후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보험료를 내는 생산인구는 줄고, 의료 이용이 잦은 고령층은 늘어나면서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35년 적자 규모가 39조 5천억 원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그동안 제도 사각지대에 있던 고소득 일용직 근로자에게도 보험료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연간 일용근로소득이 2천만 원을 넘는 경우 소득의 50%를 반영해 보험료를 매기는 건데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근로자까지 포함돼 연간 2천658억 원의 재정 확보가 기대됩니다. 다만 이번 개편으로 확보하는 추가 수입은 연간 1조 3천억 원 수준에 불과해, 100조 원을 넘어선 지출 규모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출 구조 개선 없이는 근본 해결 어려워
문제는 수입을 늘리는 방편만 강조될 뿐, 지출 구조의 허술함은 그대로라는 점입니다. 직장인의 월급은 소득 파악률이 100%에 가깝지만,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률은 70%대에 머물러 있어 부과 체계 자체의 불균형이 남아 있습니다. 이처럼 직장인의 부담만 늘리는 방식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더구나 정부가 법적으로 지원해야 할 예상 수입의 20%를 지원하지 않고 14%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전문가들은 과잉 진료나 불필요한 장기 입원 같은 지출 누수를 막는 구조 개선 없이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건강보험의 공정성과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면 부과 기준을 조이는 것만큼, 소득 측정의 일관성과 지출 효율화를 함께 검토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