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10년, 이제는 협력의 시간
지난 2016년, 이세돌 9단과의 대국으로 전 세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던 구글 딥마인드가 한국을 다시 찾았습니다. 이번 방한의 핵심은 데미스 하사비스 CEO와 이세돌 9단의 10년 만의 감회 어린 재회였는데요, '구글 포 코리아 2026' 행사에서 함께한 특별 대담은 단순한 추억 공유를 넘섰습니다. 이 자리는 과거의 승부를 되짚는 것보다, 앞으로 AI와 인간이 어떻게 함께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대화의 장이었습니다. 하사비스 CEO는 이어 신진서 9단과의 친선 대국을 통해 AI와 인간의 새로운 협력 모델을 수담 형식으로 탐색하기도 했죠. 10년 전의 경쟁자가 이제는 대화와 협력의 상대로 돌아온 겁니다.
이러한 상징적인 행보와 병행해, 구글 딥마인드는 한국 시장에 대한 매우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접근을 시작했습니다.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2026 리더스 AI 라운드테이블'이 바로 그 본격적인 신호탄이었는데요, 현대차, LG, CJ, 카카오를 비롯한 국내 주요 17개 기업의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제조, 플랫폼, 유통 등 각기 다른 산업군의 리더들이 참여한 이 자리에는 구글 딥마인드 본사의 핵심 임직원 26명이 함께해, 단순한 기술 소개가 아닌 구체적인 비즈니스 현장에 AI를 접목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했습니다.
산업 현장으로 들어가는 AI의 발걸음
라운드테이블에서 논의된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었습니다. 참여 기업들은 각자의 도메인에 딥마인드의 첨단 AI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 활발한 아이디어를 교환했죠. 예를 들어, 유통 플랫폼 기업들은 복잡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영역에 '에이전틱 AI'를 도입하는 방안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반면, 제조업체들은 공장 자동화와 물류 최적화를 위한 '물리적 AI'의 활용 가능성을 탐색했는데요, 이는 AI 연구의 최전선 성과가 실물 경제의 생산성과 효율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직접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하사비스 CEO가 이재명 대통령을 예방하고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을 만나며 제안한 'K-문샷' 프로젝트 협력과 서울 'AI 캠퍼스' 설립 구상과도 맥을 같이합니다. 한국을 단순한 시장이 아닌, 세계적 수준의 제조 역량과 디지털 인프라를 보유한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접근하고 있는 겁니다. AI 반도체, 로보틱스, 모빌리티 등 미래 산업의 핵심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한국 AI 생태계에 미칠 파장
구글 딥마인드의 이번 총공세는 국내 AI 산업 생태계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전망입니다. 글로벌 최정수 AI 연구 기관이 한국 기업들과 손잡고 기술 협력을 본격화한다는 것은, 국내 기업들에게는 최신 AI 기술을 조기에 접하고 적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합니다. 동시에, 이는 국내 AI 연구 개발 환경과 인재 양성에도 자극제가 될 수 있는데요, 하사비스 CEO가 언급한 AI 캠퍼스 설립이 구체화된다면, 한국이 아시아의 중요한 AI 연구 허브로 발돋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기술 이전과 협력의 구체적 조건, 데이터 보안과 주권 문제, 그리고 국내외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관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죠.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알파고의 충격으로 시작된 한국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연이 이제 실질적인 협력과 상생의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10년 전의 그 대국이 가져온 질문, '인간 대 AI'가 이제 '인간과 AI'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