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을 바라보는 시민의 눈
제주서부경찰서 앞에 이색적인 광고판이 나타났습니다.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여성의 눈과 CCTV가 겹쳐 보이는 사진 아래, "국민이 지켜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요. 이제석 광고연구소가 기획한 이 게릴라 캠페인은 지난 5월 실종된 30대 여성 장모 씨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경찰의 부실 대응을 풍자한 것입니다. 특히 평소 시민을 감시하던 CCTV의 방향을 경찰 쪽으로 돌렸다는 점에서, 공권력 역시 국민의 감시와 견제를 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설치물은 당일 자진 철거되었지만, 이미 공권력에 대한 불신은 깊어진 상태였습니다.
63건의 누락과 무너진 시스템
사건의 핵심은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경장의 일탈입니다. 해당 경찰관은 약 16개월간 처리한 실종 사건 298건 중 63건을 고의로 삭제하거나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처리 실적을 좋게 보이게 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행위인데, 이 과정에서 실종자 수색이 늦어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2025년 5월에는 37세 남성의 신고가 누락되어 신고 24시간이 지나서야 발견되는 사태도 있었죠. 특히 장모 씨는 실종 104일 만인 지난 24일 숨진 채 발견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불명으로 나타났습니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지휘 감독 부재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표하며 반성의 뜻을 밝혔습니다. 경찰은 최근 3년간 전국 실종 사건 31만 건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며, 부경장이 담당한 298건에 대한 조사는 마무리 단계라고 설명했습니다.
괴담과 현실 사이
이번 파문을 계기로 제주를 둘러싼 각종 괴담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제주 실종지도'가 유통되고 인신매매설까지 나돌면서 일부 관광객이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가 생겼는데요. 하지만 실제 통계는 이런 공포와 괴리가 있습니다. 제주의 범죄 발생률이 전국 1위로 나타나는 것은, 연간 1,30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을 주민등록인구로만 나눠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4대 강력범죄는 드물고, 외국인 피의자 비율도 서울이나 인천과 큰 차이가 없으며, 성인 실종 접수 건수 역시 18개 시도 중 7위 수준입니다. 다만 이번 사건이 드러낸 경찰 내부의 허술함은 명백한 문제입니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 속에서 담당자의 재량권이 남용되고, 정교한 매뉴얼이 현장에서 무력화되는 구조적 모순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비대면 종결 금지와 종결 시 제3자 확인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종자의 골든타임을 지키려면 매뉴얼을 넘어선 실질적인 감독 체계와 인력 확충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