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 중심의 AI 공급망 전쟁 선포
미국이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경제·안보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동맹 '팍스 실리카(Pax Silica)'를 공식 출범시켰습니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 영국, 호주 등 총 9개국이 참여한 이 협의체는 AI와 반도체, 핵심 광물 등 첨단 산업의 공급망을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들'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협력과 번영을 강조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의 기술 부상과 자원 무기화 가능성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되는 전략적 포석입니다.
이번 협력체의 이름인 '팍스 실리카'는 로마 제국의 평화를 의미하는 '팍스 로마나'와 반도체 기초 소재인 실리카(이산화규소)의 합성어입니다. 미국 국무부는 이를 '안전하고 번영하며 혁신 주도적인 실리콘 공급망 구축을 위한 전략적 이니셔티브'로 정의했습니다. 참여국들은 AI 공급망의 핵심 기업과 투자자를 보유한 국가들로, 소프트웨어부터 반도체, 광물 정제,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 프로젝트를 발굴할 예정입니다.
중국을 겨냥한 '강압적 의존' 탈피 선언
팍스 실리카의 출범 배경에는 중국에 대한 뚜렷한 경계심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채택된 공동선언문에는 중국을 직접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강압적 의존(coercive dependencies)'을 줄이고 '비시장적 관행(non-market policies)'에 대응한다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이는 중국이 희토류 등 전략적 광물 수출을 통제하거나, 특정 산업에서 과잉 생산과 덤핑으로 시장을 왜곡하는 행태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입니다.
일본 언론은 이번 동맹을 '중국 견제와 동맹국 결속 강화'를 위한 조치로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의회는 최근 내년도 국방수권법안에 미국 자본의 중국 AI 및 군사 관련 기술 투자를 제한하는 조항을 통과시켰습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공산주의 중국의 침략 행위를 뒷받침하는 투자는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언급하며, 경제 안보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인식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국의 전략적 선택과 기여 방향
한국은 이번 협의체에 적극 참여하며 첨단 산업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팍스 실리카 서밋에서 "에너지, 핵심 광물, 첨단 제조, AI 인프라 등 글로벌 공급망 전반의 회복력 강화를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배터리, 반도체, 에너지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가진 우수한 역량을 바탕으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한국의 참여는 단순한 외교적 동참을 넘어 실질적인 산업 이해관계가 반영된 선택입니다. 한국은 반도체 메모리, 전지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핵심 장비와 소재, 광물 일부에서는 해외,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팍스 실리카를 통해 한국은 이러한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고, 동맹국과의 기술 협력 및 공동 투자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한 셈입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서막
팍스 실리카의 출범은 단순한 정책 협의체를 넘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공급망 차원으로까지 확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과거 군사 동맹이나 자유무역 협정이 국가 간 관계를 규정했다면, 이제는 반도체, AI 알고리즘, 희토류 같은 전략적 자원을 누가 통제하느냐가 국력의 핵심 척도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국들은 이 협의체를 통해 중국에 대한 '기술적 봉쇄'와 '공급망 이탈'을 공식화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자체적인 기술 자립과 '동방의 씨앗' 프로젝트 같은 대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세계는 점차 두 개의 분리된 기술 블록으로 나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전문가들은 팍스 실리카가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향후 참여국들이 구체적인 공동 투자 프로젝트를 어떻게 발굴하고 실행해 나갈지가 실질적인 성공 여부를 가를 중요한 관건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