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가계대출이 불붙은 까닭
6월 들어 은행권 가계대출이 예상 밖의 속도로 불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 신용대출 증가 폭이 5년 2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금융 시장의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마이너스통장 잔액마저 3년 8개월 만에 최대 규모를 찍으며 빚에 기댄 자금 조달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6월 25일 기준 108조 7272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한 달 전보다 2조 2118억 원 늘어난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3조 3363억 원으로 소진율이 44.8%에 달했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가계대출 전체로 보면 5월과 6월 두 달 만에 7조 3656억 원이 급증해 연간 관리 목표의 절반 가까이를 상반기에 써버린 셈입니다.
빚투와 영끌이 만든 대출 쓰나미
이번 대출 증가는 크게 두 갈래 요인이 얽혀 있습니다. 하나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증시 강세에 편승하려는 빚투 수요입니다. 올해 주식계좌가 1000만 개 이상 늘어난 가운데, 신용융자 잔액은 38조 원, 증권담보대출도 26조 3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투자자들은 마이너스통장까지 적극적으로 소진하며 단기 자금을 끌어다 쓰고 있는데요. 이런 흐름은 보험사 보험계약대출과 카드론까지 확대되며 전 금융권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여파입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옥죄면서 생활자금을 마련하려는 이들이 신용대출로 몰렸고, 규제 강화 전 잔금을 서두르려는 막차 수요까지 더해졌습니다. 이른바 영끌이 과열된 상황인데, 은행권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614조 4922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하반기 대출 환경은 더 달라질까
대출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금융 당국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일부 카드사를 소집해 카드론 한도 축소를 검토 중이며, 은행과 보험권에 이어 여신전문금융회사까지 관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상반기에 이미 대출 쿼터의 상당 부분을 소진한 탓에 하반기에는 신규 대출 문턱이 훨씬 높아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커져 금융 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현재의 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4분기에는 일부 은행이 신규 대출 창구를 사실상 닫아야 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가계부채가 다시금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시장과 정책 당국의 균형 잡힌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