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엘리엇 상대 ISDS 소송서 극적 승소…국민연금 독립성으로 1600억 원 국고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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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달 전 수정 · 2026년 2월 24일 오전 8:20

발행: 2026년 2월 24일 오전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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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엘리엇과의 ISDS 소송에서 승소하며 약 1,600억 원의 국고 유출을 막았습니다. 영국 법원은 국민연금이 정부와 별개의 독립 기관이라고 판단해 중재 판정의 핵심 전제를 뒤집었죠. 다만 청와대 등의 개입 행위는 향후 중재에서 다시 다뤄질 예정이며, 정부는 이번 승소를 기반으로 국제 분쟁 대응 체계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1,600억 원 국고 지키기 위한 법정 공방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과 벌인 국제투자분쟁(ISDS) 소송에서 극적인 승소를 거뒀습니다. 영국 법원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정부의 취소 소송을 받아들인 건데요, 이로 인해 약 1,600억 원에 달할 수 있었던 국고 배상 지급 위기가 일단락되었습니다. 이번 승소는 론스타 사건에 이어 정부가 해외 투기자본의 ISDS 제소에 연거푸 맞선 끝에 얻은 값진 성과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사건의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졌죠. 이에 반대했던 엘리엇은 자신들이 큰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2018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했습니다. 엘리엇의 논리는 국민연금의 결정이 사실상 정부의 조치나 다름없다는 거였습니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2023년 엘리엇의 손을 들어줬고, 정부는 이 판정에 불복해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내게 됩니다.

"국민연금은 정부 아닙니다" 법원의 판단

이번 소송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단 하나였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의 ‘국가기관의 조치’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죠. 정부는 끝까지 국민연금이 정부와는 별개의 독립적 법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연금 자산을 운용하는 업무가 국가의 주권적 핵심 기능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펼쳤습니다.

영국 고등법원 항소심은 정부의 이 같은 논리를 받아들였습니다. 재판부는 국민연금이 정부 기관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며, PCA의 판정 중 이 부분을 취소했습니다. 결국 ‘국민연금=정부’라는 엘리엇과 PCA의 전제가 깨지면서, 막대한 배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결정적 근거를 마련한 셈입니다. 다만, 법원은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합병 당시 국민연금의 결정 과정에 개입한 행위 자체는 ‘관련성 있는 조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다시 PCA로 돌아가 중재 절차가 재개될 예정입니다.

남은 숙제와 더 큰 그림

당장의 배상 위기는 넘겼지만, 정부에게 숙제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환송되어 다시 진행될 중재 절차에서는 ‘청와대와 복지부의 개입’과 ‘엘리엇이 입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가 새로운 쟁점이 될 겁니다. 정부는 이번 승소를 발판으로 남은 절차에도 철저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법무부는 이번 소송에서 소요된 비용이 상대방의 약 6분의 1 수준에 그쳤음에도 승소했다며 전략적 효율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국민연금의 운영 독립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ISDS 제도가 가진 법적 함정에 대해 보다 면밀한 대응이 필요함을 보여줬습니다. 정부는 이를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국제 투자 분쟁에 보다 체계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법률 제정 작업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해외 자본의 투자 환경 보호와 국가 정책 수립의 자주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제는 계속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