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생산지 중심으로 요금 낮춘다
정부가 비수도권 중심의 산업용 지역별 전기요금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국을 수도권 남부와 북부, 중부권, 남부권 등 4개 광역권으로 나눈 뒤 전력 자급률과 송전 비용, 균형 성장 효과를 반영해 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인데요. 남부권은 kWh당 1318원이 내려가 지난해 평균 판매단가 대비 약 710%의 인하 혜택을 받게 됩니다. 중부권은 1015원, 수도권 북부는 610원이 인하되는 반면, 반도체 클러스터가 몰려 있는 수도권 남부는 0~1원에 그쳐 사실상 동결됩니다.
이번 제도는 전력 생산 시설이 밀집한 부산, 울산, 경남 등 남부권 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덜고 지방 투자를 유도하려는 취지에서 나왔습니다. 특히 전기료가 생산비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철강·석유화학 업계는 큰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포스코는 연간 약 500억 원, 현대제철은 1,400억 원가량의 절감 효과가 기대되며, 여수 석유화학단지도 최대 3,000억 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호남권에 들어설 반도체 팹 4기가 최대 출력으로 가동될 경우 연간 1조 원에 가까운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한전 부채와 발전사 부담은 누가 감당하나
수혜 기업들의 반색과는 달리, 한국전력과 민간 발전사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요금 인하로 한전의 연간 전기 판매 수입은 2조 8,000억 원에서 3조 원가량 줄어들 전망인데요. 이미 누적 영업적자 34조 원, 부채 210조 원이 넘는 한전으로서는 상당한 재무 부담을 떠안게 됩니다. 정부는 지역별한계가격제(LMP) 도입을 통해 전력 구매비를 낮추고, 일부 복지할인 비용을 정부 재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 보전 효과는 미지수입니다.
정작 곤혹스러운 건 비수도권 민간 발전사들입니다. 이미 송전망 부족으로 출력 제약을 겪고 있는데, LMP까지 도입되면 전력이 남는 지역의 도매가격이 하락해 판매량과 가격이 동시에 떨어지는 이중고에 직면합니다. 발전사들이 가격 변동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직접 PPA 고시나 금융 헤지 수단 등 안전장치가 아직 마련되지 않아, 발전소 건설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발전사가 온전히 떠안는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10% 인하로 지방 이전 유인 될까
요금 인하 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2022년 이후 산업용 전기료가 약 80% 급등한 상황에서 10% 수준의 인하는 제조업 경쟁력 회복용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인데요. 특히 중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한국의 66%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인하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일부에서는 수도권이 가진 인프라와 네트워크의 장점을 넘어설 만큼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용인·평택 등 국가 전략산업의 중심지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인하 대상에서 제외된 점도 논란입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제도는 산업용 전력만 대상으로 해 발전 시설 인근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주택용 요금 혜택은 빠져 있어 '반쪽짜리 제도'라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정부는 향후 11개 세부 지역으로 권역을 더 쪼개 적용할 계획이지만, 예측 가능한 기준 마련과 충분한 준비 기간 제공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