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 수장을 겨냥한 제재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아카네 도모코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과 압둘라예 세예 수석 공판 변호사에 대한 제재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번 조치로 두 사람은 미국 입국이 금지되고 미국 금융 시스템 내 거래가 전면 차단되었는데요. 특히 달러가 국제 금융의 핵심축인 만큼, 해외 은행들까지 거래를 피할 가능성이 커 실질적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써 ICC 재판관 18명 가운데 절반인 9명이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에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수사 등을 문제 삼아 다수의 ICC 관계자를 제재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최근에는 차드와 베네수엘라 등 일부 회원국이 ICC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관할권 논란이 불러온 갈등
미국이 ICC를 이토록 강하게 압박하는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은 로마조약 비가입국으로 ICC의 관할권을 일방적으로 부인해 왔는데요. 그런데도 ICC가 이스라엘 지도부에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미군 관련 수사를 진행한 것은 명백한 주권 침해라는 입장입니다. 루비오 장관은 ICC를 부패하고 정치화된 초국가적 법원으로 규정하며, 필요하다면 재판소를 체계적으로 해체하는 추가 조치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반면 ICC는 법조인이 법을 집행했다는 이유로 위협받는다면 국제법 질서 전체가 위험에 처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120여 개 회원국을 보유한 상설 재판소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ICC 판사 3명과 인권 단체들은 제재의 불법성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동맹국마저 난처한 외교적 딜레마
이번 사태로 가장 곤란한 처지에 놓인 나라 중 하나는 일본입니다. 아카네 소장이 일본인 최초의 ICC 소장인 데다, 일본은 ICC 재정의 최대 공여국이기 때문인데요. 기하라 미노루 일본 관방장관은 ICC를 일관되게 지지해 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동시에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정부도 미국의 조치를 강경히 비판하며 아카네 소장과의 지원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다른 나라들의 ICC 탈퇴를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외교적 캠페인도 병행하고 있어, 동맹국의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돼 온 국제사법 체계가 미국의 압박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