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잔류 제로 원칙과 산업은행 이전 논란
정부가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핵심 원칙으로 '서울 잔류 제로'와 '집적·집중'을 제시하면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다시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혁신도시 이전을 기본으로 삼겠다고 밝힌 만큼, 그동안 미온적이었던 입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지난 21일 김 장관을 만나 산업은행을 비롯한 기관 40개의 이전을 요청했습니다. 부산은 국내 유일의 국제금융도시라 산업은행 이전 효과를 극대화할 최적지라는 게 지역사회의 주장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서울 금융시장 연계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는데요. 정부 원칙이 기존 반대 논리와 정면으로 맞서는 형국입니다.
금감원 인력 유출과 지방 이전의 딜레마
산업은행 이전이 탄력을 받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의 상황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금감원을 떠난 직원이 48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20대에서 40대까지 젊은 층의 이탈이 두드러졌습니다. 이들은 대형 법무법인이나 가상자산 업계 등으로 이동하며 이른바 '금피아'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고위 및 중견급 인력의 퇴직 규모도 심각합니다. 1급에서 3급 사이 퇴직자가 전체의 70%가 넘는데, 이는 금융위기 대응 경험을 쌓아 온 핵심 인력들이 떠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정부의 지방 이전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이런 인력 유출이 더욱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장성과 균형발전 사이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은 정부 이전 계획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양 기관 노조는 조선소가 바다에 있어야 하듯 금감원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국내 금융회사 본점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데 감독 기관만 지방으로 빠지면 금융 안전망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이들은 감독 적시성이 떨어지면 금융위기 발생 시 대응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으며, 결국 국민의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또한 전문 인력 이탈이 지방 이전으로 가속화될 경우, 소비자 보호 기능마저 소실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방 균형발전과 금융 안정성 사이에서 정부가 명확한 우선순위를 제시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