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16개국에 대해 무역법 301조 조사를 공식 개시했습니다. 이 조사는 올해 7월 24일 전후로 마무리되어 새로운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데요, 연방대법원이 기존의 ‘상호 관세’를 위헌으로 판결한 뒤 트럼프 정부가 찾아낸 새로운 법적 근거입니다. 미국은 이 조사를 통해 무효화된 관세 수입원을 복원하고, 동시에 대규모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전자제품,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수출 분야에서의 지속적인 흑자가 구체적인 조사 대상으로 지목되었습니다.
예고된 절차, 그러나 불확실한 파장
한국 정부는 이번 조사를 ‘예상된 수순’으로 평가합니다. 지난해 말 한미 간 타결된 관세 협정에서 15% 수준의 관세를 유지하기로 합의한 상태라, 그 이상의 고율 관세가 도입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겁니다. 하지만 이번 301조 조사는 단순히 관세율을 결정하는 것을 넘어서는 변수를 안고 있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조사 명분으로 상대국의 ‘과잉 생산 능력’을 내세웠는데, 이는 한국의 산업 구조 전반을 문제 삼을 수 있는 모호한 개념입니다. 더욱이 조사 범위가 명확히 공개되지 않아, 자동차·반도체 등 핵심 산업뿐만 아니라 디지털 규제, 의약품 가격, 농산물 시장 접근성 등 비관세 장벽 분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적 모호성’은 한국이 모든 분야에 방어 자원을 분산해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각국 반발 속에서의 협상 카드
이번 조사는 미국의 일방적인 압박으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약 두 주 앞둔 시점에 조사가 시작된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중국을 주요 대상에 포함시킨 가운데, 미국은 정상회담에서 무역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지렛대’로 이 조사를 활용하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중국은 즉각 ‘과잉 생산은 거짓 명제’라며 반발했지만, 정상회담을 앞두고 강경 대응은 자제하는 모습입니다. EU 역시 강력한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작년 체결한 무역합의가 훼손될 경우 단호하고 비례적인 조치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는데요, 이는 미국의 움직임이 기존 합의 관계까지 흔들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처럼 301조 조사는 단순한 통상 조사가 아닌, 복잡한 다자간 무역 관계 속에서의 협상 카드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향후 전망: 관세 재침공과 투자 압박의 이중고
앞으로의 전망은 두 가지 축에서 예측됩니다. 첫째는 7월 말, 10% 글로벌 관세가 만료되는 시점에 맞춰 301조 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15% 내외의 새로운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미국 재무장관이 “관세 수입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사실상 관세 부과가 전제된 조사임을 방증합니다. 둘째는 관세 자체보다 더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투자 압박’입니다. 한국은 지난 협상에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이를 위한 특별법까지 통과시킨 상태입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 이행 속도에 불만을 표출하며, 이번 301조 조사를 통해 특정 산업이나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압박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한국은 단기적으로는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과, 장기적으로는 대미 투자라는 약속을 실행하며 추가 압박에 맞서는 이중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가 새로운 무역 갈등의 시작이 될 수 있다며, 정부와 기업의 촘촘한 대비를 촉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