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일 만의 첫 통과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됐던 한국 선박 중 첫 번째가 드디어 빠져나왔습니다. HMM 소속 초대형 원유운반선 '유니버설 위너'호가 5월 20일 이란 측과의 협의로 해협을 통과한 건데요. 이 배는 쿠웨이트산 원유 200만 배럴을 싣고 울산항을 향해 항해 중입니다. 통행료는 지불되지 않았고, 정부는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확인했습니다.
이번 통과는 외교부가 이란과 직접 협상한 결과물입니다. 조현 장관은 국회에서 "모든 선박은 자유로운 통행을 해야 하며 통행료를 협상 수단으로 삼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하루 동안 총 26척의 선박이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배경과 현황
사실 '유니버설 위너'호는 3월 초 이미 원유를 싣고 출발하려 했지만 전쟁으로 발이 묶였습니다. 이후 81일 동안 사우디와 UAE 인근 해역에서 대기해야 했죠. 특히 지난 4일에는 같은 HMM 소속 '나무호'가 미상의 비행체 공격을 받아 선원 1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이 때문에 남은 선박들은 해협 입구 근처에서 다시 안쪽으로 후퇴하는 등 긴장감이 높았습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는 여전히 25척의 한국 선박과 151명의 선원이 발이 묶여 있습니다. 정부는 이란과 추가 통항 협의를 진행 중이며, 나무호 사건과 이번 통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입니다. 중소 선사들은 대기업 유조선이 먼저 통과한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전망과 과제
이번 통과로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운항 재개 가능성이 열렸지만, 남은 과제는 많습니다. 정부는 남은 25척에 대해 순차적 통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일정과 우선순위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이란과의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제재 리스크를 피하는 전략적 접근도 계속 필요할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나무호 피격 사건을 의식해 한국 선박 통행을 허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정부는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관건은 남은 선박들이 안전하고 신속하게 해협을 통과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이란의 전략적 모호성 속에서 한국 정부의 협상력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