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뗀 북극항로 닻
팬스타그룹의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지난 22일 부산신항을 출항했습니다. 영국과 네덜란드, 폴란드를 거쳐 45일 뒤 돌아오는 이번 항해는 우리나라 선사가 컨테이너선으로 북극항로를 시범 운항한 첫 사례인데요. 2016년 이후 10년 만에 재개된 북동항로 진입이라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이번 운항에는 화학제품과 중고차, 자동차 부품 등 총 837TEU의 실제 화물이 실렸고, 기존 수에즈 운하 경유보다 거리를 약 35%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사실 중국은 이미 한발 앞서 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씨레전드 쉬핑은 이달부터 중국과 유럽을 잇는 주간 정기 컨테이너 서비스에 들어갔는데요. 4890TEU급 선박 7척을 투입해 오는 10월까지 총 8차례 운항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중국은 단순한 시험 운항을 넘어 상업적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검증하고 있습니다.
경제성과 외교적 변수 사이
북극항로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의 거리가 기존 2만km에서 1만 3천km로 줄어들고, 운송 기간도 열흘가량 단축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동 분쟁으로 기존 항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지금, 대안 물로로서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 씨레전드 측은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남방 항로보다 약 50% 줄일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글로벌 물류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러시아 영해를 통과해야 하는 북동항로 특성상 외교적 변수가 큰데요. 이번 운항 허가와 관련해 러시아 국영기업인 로사톰플로트가 제재 대상이라는 점이 서방 일각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극지 항해를 위한 별도 보험 확보, 쇄빙선 지원 비용, 그리고 유럽에서 부산으로 돌아오는 귀환 화물 확보 등 경제성을 담보해야 하는 조건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해양수도권 도약을 위한 과제
정부는 이번 시범 운항을 통해 확보한 거리와 기간, 연료 소모량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2030년 정기 서비스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부산시 역시 팬스타그룹과 협약을 맺고 북극항로 거점도시 조성에 나섰는데요. 단발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지속 가능한 물류 축으로 만드는 것이 관건입니다.
한편 울산항은 북서항로 개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울산항만공사가 북서항로 상업 운송 실적이 세계 최다인 네덜란드 로열 바겐보그와 협력하는 등, 국내 항만마다 특화된 역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향후 내빙 등급 선박 확보와 극지 항해 전문 인력 양성이 뒷받침된다면, 북극항로는 우리 해운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