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전면 복원의 원년' 선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부터 시작된 중국 국빈 방문을 통해 시진핑 주석과 90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 정상은 한중 관계를 전면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문화·콘텐츠 교류 확대, 서해 구조물 문제 협의, 한반도 평화·안정에 대한 중국의 역할 등을 논의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는 경제, 디지털, 환경 등 14건의 양해각서가 체결되는 등 실질적인 협력 강화에 무게를 뒀다. 이 대통령은 “2026년을 한중 관계 전면 복원의 원년으로 삼자”고 제안했고, 시 주석도 이에 동의했다.
경제협력 체제 구축…'벽란도 정신' 되살린다
양국은 경제협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산업통상부와 중국 상무부는 정례 협의체를 신설하고 매년 최소 1회 상호 방문 회의를 개최한다. 이는 2011년 이후 중단됐던 한중 투자협력위원회를 대체하는 상시 소통 채널로, 미중 갈등 장기화 속에서 양국 간 산업 및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하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식재산권 보호, 환경·기후 협력, 중소기업·혁신 분야 협력 등 10여 건의 MOU가 체결됐다.
이 대통령은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과거 벽란도가 교역 중단 없이 지속적으로 교류한 것처럼, 양국 간 협력도 중단 없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MOU 체결을 통해 양국 경제 관계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과학기술·디지털 협력 확대, 환경·기후 분야 손잡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중국 과학기술부 및 공업정보화부와 각각 과학기술 혁신 협력 MOU와 디지털 기술 협력 MOU를 체결했다. 기후변화, 지속가능발전 등 글로벌 공동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연구와 연구자 교류를 확대하고, 디지털 확산 및 포용을 위한 협력도 강화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중국 생태환경부와 환경·기후 협력 MOU를 맺어 대기질 개선, 황사 예방, 폐기물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올해 서울에서 한·중 과학기술공동위원회, 베이징에서 ICT 협력 전략대화가 열릴 예정이며, 환경장관회의와 국장급 정책대화도 정례화해 구체적 성과를 도출할 계획이다.
중견기업계 “훼손된 파트너십 강화 기대”
중견기업계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경제협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국 시장에서의 비즈니스 환경이 개선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중 FTA 2차 협상을 통해 추가 관세 인하 및 면제 확대, 비관세 장벽 완화 등을 요청했다. 특히, 상무협력 대화 신설과 14건의 MOU 체결이 구체적인 협력 프로세스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언론 “중국, 한미일 분열 노려…韓, 경제 중시”
이번 방중에 대해 일본 언론은 중국이 한미일 협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주석이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라”며 일본 군국주의 항전 승리 경험을 언급한 것은 한국에 일본과의 공동 투쟁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며 경제 협력 강화에 집중했다. 일본 언론은 한국이 경제적 이익을 중시하는 실용외교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향후 과제: 서해 구조물·북한 문제 등 현안 해결 필요
양국은 서해 구조물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고,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이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모호한 상태다. 이 대통령은 중국에 어민 계도 및 단속 강화를 요청했지만, 서해 구조물 철거나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진전은 아직 없다. 향후 실무 협의를 통해 이러한 현안들이 해결되어야 양국 관계의 진정한 전면 복원이 가능할 것이다.
신뢰 관계 강화…셀카 인증까지
이번 방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양 정상의 친밀한 분위기였다. 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 부부와 찍은 셀카를 SNS에 올리며 “화질 확실하쥬?”라는 재치 있는 문구와 함께 샤오미 스마트폰으로 찍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경주 APEC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선물한 스마트폰이었다. 양 정상은 매년 상호 방문을 통해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으며, 이러한 신뢰 관계가 실질적인 협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를 전면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하고 경제, 과학,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서해 구조물, 북한 문제 등 여전히 남아 있는 현안을 해결하지 않으면 관계 개선은 표면에 그칠 수 있다. 앞으로의 실무적 협의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