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메모리 대란 속 창신메모리 손잡는 애플
애플이 중국 최대 D램 업체인 창신메모리, 이른바 CXMT의 칩을 아이폰과 맥북 등에 시험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건립 열풍으로 범용 메모리 공급이 심각하게 부족해진 탓에, 애플은 중국 내 판매 제품에 CXMT 부품을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연히 이는 공급망 안정화를 꾀하는 기업의 실리적 판단이지만, 미중 기술 갈등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환경과 맞닿아 있습니다.
사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AI 서버용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업체들이 집중하면서 스마트폰과 PC용 범용 메모리 공급이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메모리 칩 가격이 급등했고, 애플은 최근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을 100달러에서 300달러 인상하는 조치를 내놓았습니다. 오는 9월 공개될 아이폰 신제품 역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HP와 에이서 등 글로벌 PC 업체들은 이미 미국 외 지역 판매 제품에 CXMT 메모리를 적용하며 공급망을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CXMT는 지난달 상해 증시에 상장한 첫날 주가가 460% 폭등하며 중국 본토 증시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라서기도 했습니다.
정치적 진통과 기술적 벽
하지만 애플의 CXMT 도입은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CXMT는 미 국방부가 지정한 중국 인민해방군 지원 기업 명단, 이른바 1260H 명단에 포함되어 있어 미국 정치권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여야를 불문하고 애플의 중국산 칩 사용 시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요, 특히 대규모 주문이 중국 업체의 기술력과 자금력을 키워 미국 내 공장을 건설 중인 마이크론 등 자국 반도체 산업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물론 애플은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에 미국 외 지역 판매 제품에 한해 중국산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동의를 구한 상태입니다. 다만 미국의 수출 통제 규정 때문에 CXMT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세부 사양을 전달해 맞춤형 칩을 설계하도록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애플이 CXMT의 범용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를 위해 기존 제품 설계를 일부 변경해야 하는 기술적 제약이 따를 수 있습니다.
생산능력과 가격 전망
CXMT의 현재 생산능력은 이미 포화 상태이고, 기술 수준도 글로벌 선두 업체보다 뒤처져 있습니다. CXMT는 2028년까지 생산능력을 두 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 계획이 실현되기 전까지는 글로벌 공급난 해소에 크게 기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애플이 CXMT를 확대 도입하더라도 단기간 내 가격 안정 효과를 보기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미 시장에서 메모리 가격 상승은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고 있으며, 정치적 반발이 계속될 경우 애플의 공급망 전략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애플은 공급망 다변화라는 기업의 생존 전략과 미중 갈등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