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공연 앞둔 도심의 불안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 캡슐호텔에서 발생한 화재로 외국인 관광객 10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특히 50대 일본인 여성 한 명은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인데요. 이 사고는 단순한 화재를 넘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심 저렴 숙박시설의 구조적 안전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욱이 사고 일주일 뒤인 21일, 광화문에서 대규모 BTS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급증할 시점이라는 점에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중구청은 신속히 피해자 지원에 나서 임시 대피소와 숙소를 마련했지만, 화재의 근본 원인은 여전히 안전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후 숙박시설에 있습니다.
벌집 구조와 사라진 비상구
화재가 발생한 숙소는 소위 '벌집형 구조' 또는 '캡슐호텔'로 불리는 곳입니다. 좁은 공간에 2층 침대를 다닥다닥 배치하고, 복도는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았는데요. 문제는 이 좁은 복도와 비상구 주변에 있었습니다. 투숙객들의 짐이 복도를 막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비상구 앞에는 에어컨 실외기가 가로막고 있어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피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한 투숙객은 "계단으로 내려가려 했지만 실외기 때문에 길이 막혀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소방 설비였습니다. 해당 건물은 2000년 이전에 준공되어 현행 법령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었고, 실제로 스프링클러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렴한 가격으로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려던 구조가 오히려 치명적인 위험 요소로 작용한 셈입니다.
노후 도심이 직면한 안전 딜레마
이번 소공동 화재는 우연이 아닙니다. 최근 들어 종로, 을지로 일대의 노후 상가 건물에서도 화재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1960~70년대에 형성된 이 지역은 좁은 골목길에 실외기와 가스통이 빼곡히 늘어서 있고, 노후 전선이 복잡하게 엉켜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작은 불씨도 순식간에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라고 지적합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숙박업소 화재는 이미 1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난 수치입니다. 게스트하우스 등 소규모 숙박시설에서만 3건이 발생했습니다. 당국은 사고 직후 유사 구조 시설에 대한 전수 점검을 검토하고 특별 안전 점검에 나섰지만, 문제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기존 건물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점입니다. 2018년과 2022년 법 개정으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범위는 확대됐지만, 기존 건물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국은 BTS 공연을 앞두고 다국어 안내문 부착과 행정 지도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소화기 비치, 실외기 및 전선 정기 점검, 관리 인력 배치 같은 조치만으로도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이번 사고는 값싼 숙박을 제공하는 사업자의 책임과 더불어, 낡은 도심 인프라 전체를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 왔음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