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복원의 현주소
2026년 8월 20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맞이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연이은 만남을 거론하며 한중 관계가 전면 복원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왕이 부장 역시 한국이 이성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으로 관계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다고 화답했습니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2021년 12월 이후 끊겼던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간의 전략대화가 약 5년 만에 재개되었습니다. 위성락 실장과 왕이 부장은 이 채널을 정례적으로 운영하기로 합의하며, 외교·안보 라인의 복원을 공식화했습니다. 양측은 한중 FTA 2단계 협상의 조속한 타결과 오는 11월 선전 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두 국가' 발언과 북핵 온도차
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미묘한 입장 차이는 드러났습니다. 왕이 부장은 위성락 실장과의 회담에서 한국과 북한을 '두 국가'로 지칭하며 평화 공존을 언급했는데요. 이는 그동안 '남북 양측'이라는 표현을 써오던 중국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사실상 반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았습니다. 외교부는 중국의 한반도 관련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더욱 눈에 띈 건 '비핵화'라는 단어가 중국 측 공식 발표에서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중단을 전제로 한 단계적 비핵화 구상을 제시했으나, 중국은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포기를 우선 조건으로 내걸며 핵 문제 해결의 열쇠를 워싱턴에 돌렸습니다. 왕이 부장은 비핵화 대신 비확산 체제 준수를 강조하며 중국의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북미 회동 기대와 동북아 안보 과제
이번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연내 회동 의사를 밝힌 민감한 시점에 이루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57개 보유 사실을 언급한 것을 두고, 미국이 기존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 대신 핵보유 현실을 전제로 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외신들은 11월 선전 APEC 정상회의가 북미 회동 장소가 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핵동결과 축소를 거쳐 비핵화로 이어지는 단계적 접근법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당장 핵물질 추가 생산 중단에 집중하며 상황 악화를 막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죠. 다만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가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인정될 경우, 한국과 일본 내 자체 핵무장론이 확산되며 동북아 안보 질서가 더욱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는 남아 있습니다. 한중 양국이 관계 복원을 넘어 한반도 평화라는 공동 목표를 어떻게 조율할지, 향후 몇 달이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