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한국 하늘에 국산 전투기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양산 1호기가 25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출고식은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의 국산 전투기 개발 구상 이후 정권을 넘나든 25년 간의 도전이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한국은 세계에서 8번째로 초음속 전투기를 독자 개발한 국가가 되었고, 땅과 바다에 이어 하늘에서도 완전한 자주국방의 위용을 갖추게 되었죠.
KF-21은 최대 마하 1.8의 속도와 2,900km의 항속거리를 가진 4.5세대 전투기입니다. 특히 국내 기술로 개발된 능동형 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탑재해 다수 표적을 동시에 탐지·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습니다. 총 120대가 생산되어 F-4, F-5 등 노후 기종을 대체할 예정이며, 첫 번째 양산기는 성능 확인을 거쳐 오는 9월 공군에 실전 배치됩니다.
장벽을 뛰어넘은 25년의 도전
이번 성공은 결코 순탄치 않았던 긴 여정 끝에 찾아왔습니다. 2001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천명한 ‘국산 전투기 개발’ 비전은 현실적인 타당성 논란에 부딪혀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죠. 2007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개발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고, 2012년 한국국방연구원(KIDA)도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미국의 핵심 레이더 기술 이전 거부라는 난관도 있었습니다.
결국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재추진 결단이 프로젝트에 결정적인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이후 6만 4,500여 명의 연구진이 참여한 가운데 2016년 본격 개발에 착수, 2021년 시제기 출고와 2022년 초음속 비행 성공을 차례로 이루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어요. 955회의 지상 시험과 1,601회의 비행 시험을 거쳐 마침내 양산 단계에 진입한 겁니다. 이 모든 과정은 정권과 진영을 뛰어넘은 국가적 과제에 대한 지속적인 의지와 협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매국노’의 분노가 세운 품질의 신뢰
KF-21이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적 성능뿐만이 아닙니다. 한국 방산 무기에 대한 신뢰는 수출 실적과 실전 검증을 통해 이미 입증된 상태인데요. 대표적인 예가 천궁2 미사일입니다. UAE에서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약 96%의 성공률로 요격하며 그 가치를 증명했죠. 또한 K9 자주포, K2 전차, FA-50 경공격기 등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증한 세계 무기 수요 속에서 중동과 유럽으로 활발히 수출되고 있습니다.
이런 신뢰의 바탕에는 철저한 품질 문화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사태 당시 K9 자주포에 문제가 발생하자, 당시 삼성그룹 회장이었던 이건희 선대 회장이 “매국노들”이라고 분노하며 품질 개선을 촉구했다는 건데요. 관계자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이 이야기는 이익보다 국가 안보와 품질을 최우선시했던 기업인의 철학이, 오늘날 한국 방산의 세계적 경쟁력의 초석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수출에서 협력까지, K-방산의 새로운 도전
양산 시작은 완성이 아닌 새로운 도전의 서막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수출입니다. 이미 인도네시아와 16대 규모의 첫 수출 계약을 이달 말 체결할 예정이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들의 관심도 뜨겁습니다. 특히 이란-이스라엘 간의 긴장 고조로 중동 지역의 안보 수요가 급증하면서, F-35 도입이 어려운 국가들에게 ‘준스텔스’ 성능의 KF-21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죠.
산업적 파급효과 또한 큽니다. KF-21 양산은 항공 엔진, 소재, 수많은 부품 산업에 걸쳐 거대한 생태계를 활성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남도는 이를 계기로 ‘글로벌 항공산업 거점’을 구축하고, 첨단항공엔진 특화단지 조성과 민군 통합 정비(MRO) 거점화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로 KF-21은 단일 무기 체계를 넘어, 한국의 첨단 제조업 경쟁력을 견인하는 플랫폼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은 전투기를 만드는 나라에서, 전투기를 설계하고 수출하며 글로벌 안보에 기여하는 나라로 도약하기 위한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첨단 엔진과 소재의 완전 국산화, 그리고 협력국과의 기술 공유 모델 개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죠. 25년의 인내 끝에 맞이한 이날의 출고식은 그 오랜 여정의 종착역이 아니라, 자주국방의 완성과 방산 강국으로의 지속적인 비행을 위한 새로운 이정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