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한복판의 고아 행성, 드디어 정체를 드러내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지구에서 약 1만 광년 떨어진 우주 공간을 홀로 떠도는 ‘나홀로 행성’의 정확한 거리와 질량을 세계 최초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KMT-2024-BLG-0792’로 명명된 이 행성은 토성 질량의 약 0.7배로, 별의 중력에 묶이지 않고 우주를 떠돌고 있습니다. 이번 발견은 지상과 우주 망원경을 동시에 활용한 최초의 사례이자, 그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아인슈타인 데저트’ 영역에서 나홀로 행성이 존재함을 입증한 획기적인 성과입니다.
렌즈로 포착한 보이지 않는 천체
나홀로 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아 직접 관측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연구팀은 ‘미시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해 이 행성을 찾아냈습니다. 미시중력렌즈는 배경 별과 관측자 사이를 지나가는 천체의 중력이 별빛을 휘게 만들어 밝기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입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은 칠레,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설치된 망원경 3대로 24시간 연속 관측이 가능해 짧게 나타나는 신호도 놓치지 않습니다. KMTNet이 2024년 포착한 미시중력렌즈 신호를 분석하던 중, 유럽우주국의 가이아 우주망원경이 동일 영역을 16시간 동안 6차례 관측한 자료가 합쳐지면서 행성의 정확한 거리와 질량을 계산할 수 있었습니다. 지상과 우주 망원경의 협업으로 나홀로 행성의 물리적 특성을 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인슈타인 데저트’를 넘어서
미시중력렌즈로 발견된 나홀로 행성은 지금까지 총 9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KMT-2024-BLG-0792는 ‘아인슈타인 데저트’라고 불리는 특정 질량 범위 안에서 처음 포착된 것입니다. 아인슈타인 반경은 렌즈 천체가 빛을 휘게 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값인데, 그 범위 안에서는 신호가 미약해 관측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이번 발견은 기존 이론의 한계를 넘어 아인슈타인 데저트에서도 나홀로 행성이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한 셈입니다. 연구 결과는 1월 1일자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되었습니다.
이번 성과는 행성계의 형성과 진화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나홀로 행성은 별 주위에서 형성되었다가 중력 상호작용으로 튕겨 나갔거나, 처음부터 홀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확한 거리와 질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 기원을 추적하면 행성 탄생의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 우주항공청은 KMTNet의 우수한 성능을 바탕으로 지상망원경과 국제 우주망원경의 동시 관측을 지속해 외계행성 발견을 선도해 나갈 계획입니다. 한국이 우주 과학 연구의 최전선에 서 있음을 보여준 값진 성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