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엄마였던 순간
2026년 9월 1일 오전, 경기 광주시 능평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비극이 벌어졌습니다. 30대 공무원 남성 A씨가 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 B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건데요. 당시 현장에는 다섯 살 딸이 함께 있었고, B씨는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아기, 이리 와"라고 외치며 아이를 챙겼습니다. 112 신고 녹취에는 아이의 울음소리와 엄마의 절박한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습니다.
신고를 막은 공무원 남편이라는 이름
사실 B씨는 지난 4월부터 남편의 심각한 가정폭력에 시달려 왔습니다. 술에 취한 남편이 흉기를 들이밀며 위협하는 일이 반복되자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는데요. 하지만 공무원인 남편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까 봐, 또 보복이 두려워 정식 신고나 경고 조치를 거부했습니다. 이후에도 위험이 커지자 경찰로부터 세 번째 스마트워치를 지급받고 맞춤형 순찰까지 받았지만, 가장 치명적인 보호막이 뚫리고 말았습니다. 범행 후 달아난 A씨는 모텔에서 체포되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했습니다.
소장 하나가 낳은 비극
문제는 이혼 소송 서류가 송달되는 과정에서 B씨의 주소가 남편에게 그대로 노출되었다는 점입니다. A씨는 불리한 소송 결과를 우려해 앙심을 품고 소장에 적힌 주소로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는데요. 지난해 민사소송법 개정으로 가정폭력 피해자의 주소 보호 제도가 생겼지만, 이는 당사자가 직접 신청해야 해서 인지도가 낮고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당연히 가해자가 먼저 소를 제기하면 피고인인 피해자의 주소가 노출되는 구조적 허점은 여전합니다.
물론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소송 과정에서의 개인정보 노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전자소송시스템을 활용한 사전포괄동의 제도를 제안하기도 했는데요. 피해자의 안전을 지키려면 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주소가 자동으로 보호되는 체계가 필요해 보입니다. 다섯 살 딸이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며 겪게 될 상처를 생각하면,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다시 세우는 일이 시급합니다. 경찰은 유족의 의사와 자녀의 2차 피해를 고려해 가해자의 신상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