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개기일식까지 겹친 유럽 전력망
8월의 유럽은 이례적인 폭염 속에서 전력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헝가리, 루마니아 등지의 원자력 및 화력 발전소는 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냉각수 부족으로 가동을 멈췄거나 출력을 낮췄는데요. 전력 수출대국인 노르웨이마저 수량 부족으로 수력 발전량이 3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전력 분석업체 에이블리 인텔리전스는 노르웨이의 수량이 올해 말까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1% 미만이라고 분석했을 정도입니다.
여기에 12일로 예정된 개기일식이 추가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스페인 북부와 포르투갈 일부 지역은 태양이 완전히 가려지고, 프랑스와 영국, 이탈리아 북부에서도 90% 이상 가려질 전망입니다. 유럽 전역에서 최대 9.7GW의 태양광 발전량이 한때 사라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고, 유럽전력송전망운영자네트워크(ENTSO-E)는 비상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물 부족에 발전소 멈추고 절전령 내려진 나라들
가뭄 피해는 특히 루마니아와 헝가리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헝가리 팍스 원전은 도나우강 수위가 설계상 100년 최저수위보다 1m 이상 낮아지면서 원자로 4기 중 3기가 정지되는 사태를 겪었습니다. 루마니아 역시 100일 넘게 가뭄이 이어지면서 수력 발전을 비롯한 전력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고, 약 700MW의 공급 부족이 발생했습니다. 정부는 전력망 붕괴를 막기 위해 도시 야경 조명을 끄고 가로등 밝기까지 낮추는 고강도 절전 조치를 시행했는데요. 시민들은 야간 보행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유럽 곳곳에서 물 부족이 에너지 안보의 핵심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약 60기의 원자로가 하천 관류냉각에 의존하고 있어, 가뭄이 지속될 경우 유사한 사태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셈입니다.
두코바니 사업, 한수원의 냉각탑이 관건
이런 상황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 수주한 체코 두코바니 신규 건설 사업의 전략적 장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두코바니는 강물을 한 번 쓰고 버리는 대신 냉각탑을 통해 물을 순환시키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강 수위 변화에 따른 직접적인 타격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향후 기후 변화가 심화될수록 이런 순환식 냉각탑의 가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다만 한수원이 직면한 과제도 명확합니다. 국내 원전은 모두 해수 냉각 방식이며, 내륙 대형 냉각탑 건설 실적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입니다. 186억 달러 규모의 이 사업에서 냉각탑 공급 입찰과 환경 인허가 절차를 성공적으로 이행해야 하는데요. 특히 냉각탑은 물을 증발시켜 소비하는 특성상 이흘라바강과 달레시체 저수지의 취수량 및 방류 조건이 환경 인허가의 핵심 쟁점이 됩니다.
현재 지질 시추와 개념설계는 제출된 상태이며, APR1000의 유럽사업자요건 인증과 외국보조금규정 심층조사 제외는 긍정적인 신호로 꼽힙니다. 한수원은 2029년 착공과 2036년 1호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폭염과 가뭄은 에너지원별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 계기입니다. 한수원은 두코바니를 통해 유럽 시장에서의 신뢰를 쌓을 기회를 맞았지만, 동시에 기후 변화 시대에 걸맞은 기술 역량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