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지휘부 공백에 흔들리는 군 대비태세
육군 제8기동사단장이 직무에서 배제되면서 최전방 야전 지휘부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수득 8사단장은 지난 25일부로 직무배제되었는데요. 2025년 9월 폭염 속 마라톤 행사로 신병이 열사병으로 사망한 사건에 이어 최근 부대 내에서 또 다른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데 따른 조치입니다.
사실 8사단장만 문제가 된 건 아닙니다. 이달 초에는 서부전선 방어를 맡은 육군 1군단장이 빈총과 삼단봉을 이용한 경계 지침 논란과 미군 무인기 오인 대응 문제로 직무배제되었습니다. 여기에 계엄 가담 의혹을 받는 강동길 전 해군참모총장, 주성운 전 지상작전사령관, 박재열 전략사령관까지 고위 장성들이 줄줄이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배제된 상태입니다. 최전방을 책임지는 지휘관들이 동시에 공백을 맞으면서 작전 수행 능력 저하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8사단의 비극, 외면된 장병 고충
이번 직무배제의 직접적 계기가 된 8사단 내 사망 사고는 참혹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같은 부대 소속 20대 여군 하사가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는데요. 해당 하사는 생전에 같은 부대 30대 상사로부터 범죄 피해를 입었다고 지속적으로 호소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육군수사대는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고, 현재 경찰이 수사 초기 단계에 있습니다.
당연히 과거 사례와의 비교도 나옵니다. 국민의힘은 이예람 중사 사건의 교훈을 잊고 군이 장병의 고충 처리를 외면했다고 질타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열사병 사망 사고에도 불구하고 부대 내 경고 신호가 계속 무시되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8사단의 안일한 인사 관리와 기강 해이가 구조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같은 부대에서 연이은 인명 사고가 발생한 점은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정치권 압박과 직무대리 체제의 한계
지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방부는 직무대리 체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우려가 큽니다. 한국국방안보포럼 엄효식 실장은 직무대리가 해당 지역의 작전 계획과 환경, 전시 임무 등에 대한 숙지도가 50% 이하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시 작전 통제권과 관련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에서 이런 공백은 그 자체로 리스크가 됩니다.
반대로 정치권에서는 책임자 문책 요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즉각적인 경질과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안보관과 동맹 관리, 부대 관리 등 모든 면에서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병적기록 논란이나 유엔사 조직개편 관련 발언 등도 구체적인 문제로 거론되었는데요. 물론 이러한 정치적 공방 속에서 군의 근본적인 체계 점검과 제도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징계와 경질을 넘어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게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