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4년 만에 타오른 예멘 불씨
2022년 4월 유엔 중재로 시작됐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후티 반군 간의 휴전이 지난 7월 20일 공식 종료되었습니다. 후티 반군은 예멘 수도 사나 공항 폭격의 배후로 사우디를 지목하며 휴전 파기를 선언했고, 이후 홍해 봉쇄와 유조선 공격을 이어갔습니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24일 예멘 서부 호데이다와 카마란섬의 군사 목표물을 공습하며 강력 대응에 나섰는데요.
이에 후티 반군은 사우디 남부 지잔과 얀부 등에 위치한 아람코 석유시설을 탄도미사일과 드론으로 타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우디 당국은 아직 공식적인 피해 확인을 밝히지 않은 상태지만, 지잔 일대에는 잠재적 위험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습니다. 양측의 무력 충돌은 4년간의 소강상태를 완전히 끝내고 예멘 전장에 다시 불을 지핀 셈입니다.
예멘 정부군 역시 사우디의 지원을 받아 마리브주와 알자우프주의 후티 미사일 기지와 무기고를 공습하며 전선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번 작전으로 반군 미사일 발사 전문가를 포함한 여러 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당장의 휴전 복원은 어려워 보이는 상황입니다.
홍해 봉쇄가 촉발한 유가 폭등과 물가 파문
후티 반군은 지난 20일 홍해 봉쇄를 선언한 뒤 사우디 유조선 3척을 공격하며 해상 물류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했습니다.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뒤 사우디가 하루 360만 배럴의 원유를 아시아로 수출하던 핵심 우회로였는데요. 이 경로마저 위협받으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이중 봉쇄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봉쇄 선포 이후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34% 줄었고, 사우디산 유조선 4척이 회항하는 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국제 유가는 급등세를 보이며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WTI 가격도 이달 초 대비 약 28% 상승했습니다.
이런 여파는 국내 식음료 업계까지 전달되고 있습니다.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일주일 만에 17% 넘게 뛰면서 페트병과 비닐 등 포장재 원가가 크게 올랐는데요. 농심은 용기라면과 스낵 가격을 올렸고, CJ제일제당도 햇반과 만두 등 27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8% 인상했습니다. 사조 역시 참치캔과 수산캔의 출고가 인상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미-이란 전쟁의 연장선인 새 전선
이번 사우디와 후티의 충돌은 단순한 예멘 내전의 재점화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며 시작된 전쟁의 여파가 중동 전역으로 번지는 양상입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과 이에 맞서는 사우디의 대립은 사실상 미-이란 갈등의 또 다른 전선으로 해석됩니다.
이란군 최고 지휘부는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인 1명당 미군 1명을 보복 살해하겠다는 극단적인 입장을 밝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 합의가 불발될 경우 즉각 군사 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진지하게 대화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무력 충돌과 외교적 해법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후티 반군은 앞으로 봉쇄와 항구 공격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경고했고, 사우디 연합군도 적대 행위가 지속될 경우 타협 없는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동 지역은 호르무즈와 홍해를 잇는 해상 요충지가 모두 위험지대로 변하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악영향이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