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실종 사건이 드러낸 경찰 내부 그림자
제주 한림읍에서 발생한 고 장미란 씨 실종 사건이 경찰 조직 내부의 심각한 통제 부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담당 부경장이 실종 신고를 '연락 닿았다'는 허위 보고로 종결한 뒤,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관련 기록까지 삭제한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상급 지휘부는 무려 3개월 넘게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결국 사건은 뒤늦게 구속 수사로 이어졌습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국민에게 사과하며 전국 실종 사건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이미 국민의 불안감은 커진 뒤였습니다.
당연히 이번 사건은 경찰의 내부 통제망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광주 장윤기 부실수사 의혹까지 터져 나오면서, 수사권 확대와 함께 커진 경찰 권한에 걸맞은 책임성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여야의 날 선 대립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를 둘러싼 여야 공방도 격화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제주 사건과 광주 장윤기 사건을 예로 들며,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서 견제와 균형이 무너졌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보완수사권 회복을 위한 입법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는데요.
반면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이번 제주 사건이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여전히 작동하던 시기에 벌어진 일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사건의 본질이 경찰 내부의 '6대 폐단'에 있다고 강조하며, 지금 필요한 건 수사권 원상복구가 아니라 사건 암장과 무단 종결을 막을 실질적인 경찰 개혁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잇따른 부실 수사로 경찰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당 차원의 개혁 추진단 구성이 잇따랐습니다.
뒷북 대응 넘어선 제도적 쇄신이 필요한 때
정부와 여당은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커진 뒤에야 제도 개선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총리실 산하에 경찰개혁기구 신설을 지시했고, 행정안전부도 긴급 지휘부 회의를 소집해 강력한 내부 쇄신을 거론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이 과거 문재인 정부 때부터 이어진 경찰 권한 확대의 통제 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사후 수습에 치우친 '뒷북'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더구나 경찰청장 자리가 1년 8개월째 공석인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개혁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소입니다. 경찰의 권한이 커진 만큼 외부 감시와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구체적인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비슷한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정치권의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시스템의 뼈대를 제대로 세우는 일, 그것이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