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통의 산타 추적 통화
매년 성탄절이 되면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산타 클로스의 위치를 추적해 어린이들에게 알려주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1955년 우연한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된 이 행사는 올해로 70주년을 맞았으며, 대통령이 직접 어린이들과 통화하는 것도 오랜 관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24일(현지시간)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마러라고 클럽에서 이 통화에 참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기존의 동심 어린 대화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나쁜 산타 막겠다”… 정치적 발언 쏟아낸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오클라호마주의 10세 어린이에게 “나쁜 산타가 우리나라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겠다”고 말했다. ‘침투’는 그가 국경 안보 강화를 주장하며 자주 사용해온 단어다. 캔자스주의 8세 소녀가 “석탄은 싫어요”라고 하자 “깨끗하고 아름다운 석탄을 말하는 거죠?”라고 되물었다. 석탄 산업 부활을 공약으로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상징적 표현이다. 펜실베이니아주의 5세 아이와는 “우리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압도적으로 세 번이나 이겼다”며 자신의 선거 승리를 언급하기도 했다. 통화가 끝난 뒤에는 트루스소셜에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급진 좌파 쓰레기들도 포함해서”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해에도 크리스마스 메시지에서 정치적 공격을 한 바 있는 트럼프 대통령답게, 이번 통화에서도 정치적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논란과 평가: 동심 파괴 vs 정치적 소통
이러한 발언은 즉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각에서는 “어린이들은 산타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트럼프는 또 자기 얘기만 한다”며 동심을 파괴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지지자들은 “트럼프다운 유머”라며 정치적 소통의 일환으로 받아들였다. 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휴 분위기에 맞추려 했지만 결국 에너지 생산, 선거 등 정치적 주제를 끼워넣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례는 대통령의 전통적 역할조차 정치화되는 양극화 시대를 보여주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순간을 자신의 정책 홍보에 활용하는 독특한 소통 방식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한편, NORAD의 산타 추적은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행사로 자리잡아 왔다. 올해도 산타는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한반도 상공을 지나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이 논란을 일으켰지만, 행사 자체의 따뜻한 의미는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