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배송 확대를 둘러싼 격렬한 대립
정부가 비대면 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약품 배송 전면 확대를 검토하자, 대한약사회가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습니다. 지난 9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는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이 열렸고, 약사들은 정부의 정책 추진이 국민 안전을 뒤로 한 채 특정 플랫폼의 이익만 챙기는 특혜라고 규탄했습니다.
약사회는 공적인 전자처방전달시스템이나 비대면진료 지원체계 같은 인프라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확대할 경우, 처방전 위변조와 약물 오남용이 폭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탈모나 비만 치료제 같은 비급여 의약품을 중심으로 한 과다 처방 유도와 불법 광고가 이미 문제가 되고 있어, 배송까지 허용하면 건강보험 재정 누수는 물론 국민 건강에도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안전성과 접근성 사이에서
반면 환자단체와 원격의료 플랫폼 업계는 확대를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의약주권 환자·소비자연대는 현재 재택수령 대상이 섬이나 벽지 거주자, 장애인, 희귀질환자 등 5개 유형으로 제한돼 있어 실제 이동이 어려운 중증 암 환자나 고령자가 오히려 제외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의약품 특성에 맞는 온도 관리와 전 과정 추적 시스템만 마련하면 안전성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비대면 진료 후 약을 받지 못하는 환자 비율이 23.4%에 달한다며 배송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약사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근거로 정면 반박했습니다. 비대면 진료 환자의 약국 조제율은 2023년 6월 95.6%, 2025년 12월 92.1%로 10명 중 9명 이상이 약을 수령했으며, 이는 대면 진료와 큰 차이가 없는 수치입니다. 약사회는 검증되지 않은 설문조사가 아닌 공식 통계에 기반한 제도 설계를 촉구했습니다.
갈등의 이면, 흔들리는 약사회 내부
이런 대립 속에서도 현장의 목소리는 복잡합니다. 인천 옹진군처럼 병원과 약국이 거의 없는 섬 지역에서는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이 절실한 만큼, 정부는 고령층을 위한 디지털 교육과 관리 체계 강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65세 이상 인구가 37%를 넘는 이런 지역에서는 노인들이 여전히 진료 키오스크 활용에 어려움을 겪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더욱 복잡한 건 약사회 내부 상황입니다. 일부 지역 약사회와 실천하는약사회는 권영희 회장을 향해 불신임을 촉구하며 임시대의원총회 소집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집행부 산하 비대위로는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회무 주도권을 둘러싼 권력 갈등 양상까지 띠고 있습니다. 약 배송 문제가 결국 약사회 내부의 지도체제 시험대로 번지고 있는 셈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아직 확대를 확정한 것은 아니라며 관계 부처와 함께 배송 대상 확대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의약품 안전성 확보를 최우선에 두고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당분간 정부와 약사회, 환자단체 간의 줄다리기는 계속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