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테이블 위의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이 하루아침에 뒤집혔습니다. 이란과의 종전 협상을 앞두고 레바논을 휴전 대상에 포함하는 데 동의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벤저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한 직후 생각을 바꿨습니다. “생각해 보니까 레바논은 휴전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거죠. 백악관 당국자는 이 변화가 네타냐후 총리의 적극적인 설득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유로 레바논 내 친이란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존재를 지목했습니다. 이번 입장 번복은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시작될 미국-이란 간 종전 협상에 예상치 못한 난관을 던졌습니다.
피로 물든 현장과 이란의 경고
협상의 복잡성을 더하는 건, 휴전 선언 직후에도 계속된 폭력의 현장입니다. 이스라엘은 휴전이 발효된 8일, ‘영원한 어둠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레바논을 대규모 공습했습니다. 이 공격으로 레바논에서는 하루 만에 30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참혹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잔해 속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구조대의 모습과, 죽은 아버지의 운구를 지켜보는 어린 딸의 사진은 전쟁의 비극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이에 대해 이란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강경하게 맞섰습니다. 그는 미국이 이란의 권리 요구 10개항을 수용했다고 주장하며, 그 중 최우선 과제로 레바논 휴전을 꼽았죠. 갈리바프 의장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휴전 위반 시 강력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지속되는 한, 휴전 조건 중 하나인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개방도 지연하고 있습니다.
줄다리기 협상과 불안한 전망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도 일각에서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레바논 작전 축소를 요청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이에 따라 레바논 정부와의 직접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목표는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와 평화적 관계 수립이지만, 헤즈볼라가 레바논 정치와 군사에 깊게 뿌리내린 상황에서 협상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미국 국무부는 이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워싱턴에서 이스라엘, 레바논 대사관 관계자가 참석하는 3자 회담을 준비 중입니다. 한편, 이런 정치·군사적 불안정성은 금융시장을 출렁이게 했습니다. 뉴욕 증시는 협상 난항 소식에 일단 하락했지만, 이스라엘-레바논 직접 협상 추진 보도가 나오자 상승 반전했습니다. 국제 유가는 휴전 불안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볼 정도로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하지만, 레바논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따라 중동의 평화와 전쟁은 갈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