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에 불붙은 민심, 전국으로 확산
지난달 28일 수도 테헤란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이란 전역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리알화 가치 폭락과 물가 폭등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인데요, 상인들의 항의에서 시작해 대학생과 노동자들이 합세하며 규모가 커졌습니다. 시위는 31개 주 111개 도시로 확산되었고, 시위대는 “독재자에게 죽음을”, “회교 공화국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관공서를 점거하거나 보안 병력을 공격하는 등 과격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2022년 ‘히잡 반대 시위’ 이후 최대 규모로,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인권단체에 따르면 현재까지 최소 6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2,200여 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62명의 사망자를 집계했고, 노르웨이 단체 이란인권(IHR)은 51명의 사망자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란 당국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인터넷과 통신망을 전면 차단하여 정보를 통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강경 진압과 사형 위협, 최고지도자의 '폭도' 규정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9일 국영방송을 통해 시위대를 ‘폭도’, ‘공공기물 파괴자’, ‘외국인을 위한 용병’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선언했습니다.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그의 발언은 유혈 진압을 예고한 것이었고, 실제로 혁명수비대가 투입되어 실탄과 산탄총을 사용하며 진압에 나서고 있습니다. 테헤란검찰청은 폭력 행위에 가담한 이들에게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편 개혁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는 유화적인 입장을 내놓았지만, 진압 현장에서는 그의 방침과 달리 강경 기조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1979년 혁명으로 축출된 팔레비 왕조의 왕세자 레자 팔레비가 시위 지지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일부 시위 현장에서는 왕정 부활을 요구하는 구호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 우려와 미국의 개입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시위와 관련해 “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며 강력한 경고를 보냈습니다. 특히 이란 정부가 시위대에 발포를 재개할 경우 미국이 개입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군사 행동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에 하메네이는 “트럼프의 손에 수많은 이란인의 피가 묻었다”며 맞대응했습니다.
국제사회도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 볼커 튀르크는 평화로운 시위의 권리 보장을 촉구하며, 인터넷 차단이 표현의 자유와 정보 접근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독일에서는 이란 시위대를 지지하는 연대 집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위를 부추긴다고 주장하며 외부 간섭을 비난했습니다.
향후 전망은 불투명합니다. 이란 군부 내부에서 시위대에 동조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고, 팔레비 왕세자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개입 가능성과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이 맞물리면서 중동 정세의 새로운 불씨로 번질 가능성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