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옥죄던 획일적 규제
정부의 엄격한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당초 의도와 달리 내 집 마련을 앞둔 실수요자들을 옥죄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입주를 코앞에 둔 수분양자들이 잔금대출을 받지 못해 거처를 잃을 위기에 처한 사례가 속출했죠. 은행권의 대출 한도가 조기 소진되면서 잔금대출 접수가 30분 만에 마감되는 이른바 오픈런 현상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러한 타격 속에 취득세를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하거나 예적금 담보대출을 활용하는 우회 조달 사례마저 급증했습니다. 국민들의 불안이 극에 달한 가운데, 부동산토론회 게시판 수천 건 글에서 최다 키워드가 '대출'로 분석될 정도로 금융권의 문턱은 갈수록 높아졌습니다.
예외 확대로 돌린 핀셋 지원
금융당국이 실수요자 보호와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규제의 손길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시급했던 잔금, 중도금, 이주비 등 집단대출을 가계대출 총량규제 대상에서 제외한 겁니다. 청년과 신혼부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대출 역시 총량 관리 실적에서 빼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특히 이주비 대출 한도 산정 기준을 종전 구축에서 신축 가격으로 변경해 빌라나 다세대주택 재개발 구역의 정비사업 속도를 내겠다는 계산입니다. 반면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해 비거주 1주택자 전세대출 보증은 제한하고 고액 주택담보대출에 거시건전성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습니다.
땜질식 처방 지적과 남은 숙제
그러나 대통령의 한마디에 규제가 전격적으로 뒤집힌 점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실수요와 투기를 구별하지 못한 채 획일적으로 적용된 규제가 허술했음이 드러난 셈이죠. 금융당국이 연간 1.5%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고수하면서 예외만 늘리는 방식은 한계가 뚜렷합니다. 예외 항목이 계속 늘어나면 총량규제의 본래 효과가 무력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규제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핀셋 접근은 유효하나, 근본적인 규제 체계를 재설계하지 않으면 또다시 부작용만 키우는 땜질식 처방으로 남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