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보호 아래서도 막지 못한 스토킹 살인, 남양주 사건의 경고

K조한기
14개의 관련 기사

8달 전 수정 · 2026년 3월 17일 오전 2:50

발행: 2026년 3월 17일 오전 2:50

요약 생성중...

전자발찌를 찬 가해자가 경찰 보호 아래 있는 피해자를 살해한 남양주 사건. 피해자는 사전에 위치추적기 신고와 스토킹 고소를 했지만, 경찰은 감정 결과 대기와 잠정조치 미비 등으로 세 차례의 기회를 놓쳤다. 이재명 대통령이 늑장 대응을 질타하며 감찰을 지시했고, 제도적 허점에 대한 점검과 개선 논의가 예상된다.

체계적 보호망이 무너진 순간

지난 14일 오전, 경기 남양주에서 20대 여성이 전자발찌를 찬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 B씨는 가정폭력처벬법과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가해자 A씨로부터의 접근이 금지된 상태였고, 경찰로부터 신변 보호를 요청받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A씨는 렌터카를 빌려 B씨의 퇴근 동선을 사전에 탐색하고, 흉기와 전동 드릴을 준비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가해자는 법원의 명령과 경찰의 보호 체계 한가운데에서 피해자를 노렸고, 결국 그 체계를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사건 발생 2분 전, B씨는 스마트워치를 눌러 경찰에 구조 요청을 보냈지만, 7분 후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이미 숨진 B씨를 발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A씨는 범행 직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으나, 약 1시간 만에 검거되었습니다. 그는 다량의 약물을 복용한 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아왔고, 16일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는 건강 상태를 이유로 직접 출석 여부가 불확실했습니다.

세 번의 기회를 놓친 경찰 대응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크게 지적받는 것은 경찰의 대응입니다. 조사 결과, 경찰은 최소 세 차례에 걸쳐 범행을 미리 막을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었지만, 이를 살리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첫 번째는 지난 1월입니다. B씨가 자신의 차량에 위치 추적 의심 장치가 부착되었다고 신고했지만,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후 결과를 기다리며 구속영장 신청을 미뤘습니다. 감정 결과는 사건 발생 약 한 달 뒤에야 나왔습니다.

두 번째는 위치 추적 장치가 발견된 후의 조치입니다. 경찰은 A씨의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재범 위험성 평가나 잠정조치(유치장 격리)를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만약 이러한 격리 조치가 이루어졌다면 피해자가 가해자의 접근을 인지하고 대응할 시간을 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세 번째이자 결정적인 실패는 전자발찌 시스템의 허점입니다. A씨는 과거 성범죄로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지만, 이 장치는 성범죄 재범 방지 목적에만 한정되어 있어 피해자 B씨 주변에 접근해도 아무런 경보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남겨진 시스템 점검과 질문

이재명 대통령은 사건과 관련해 “관계 당국의 대응이 더뎠고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쳤다”고 지적하며 책임 있는 관계자에 대한 감찰과 엄중 조치를 지시했습니다. 경찰청은 자체 감찰에 착수해 사건 처리 과정 전반을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정부는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고위험군 관계성 범죄에 대한 전수 합동 조사를 실시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적 비극을 넘어 시스템 전반의 허점을 드러낸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그것이 현실에서 유효하게 작동하지 못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준 셈입니다. 현재의 전자발찌 제도가 특정 범죄 유형에만 집중되어 있어 스토킹 등 다른 위험 상황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제도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앞으로의 논의는 피해자 중심의 보호 체계가 어떻게 하면 사전에, 그리고 실질적으로 위험을 차단할 수 있을지에 집중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