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예외가 아닌 해양 위기
올여름 지구 전역의 바다가 이상 고온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반도 앞바다는 물론이고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과 라틴아메리카까지 이례적인 해양 기후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데요. 해양열파와 엘니뇨가 맞물리면서 전 세계 해안가가 한 번에 비상에 걸렸습니다.
최근 함평과 해남 앞바다의 수온이 30도를 웃돌며 평년보다 3도가량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일시적으로 수온이 급등하는 해양열파는 양식장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죠. 통계를 보면 과거 연평균 20일이던 해양열파 발생 일수가 최근 10년 사이 80일 이상으로 늘어 약 3.7배 급증했습니다. 이는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주변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0.7도 상승한 결과입니다.
기상청은 이번 세기 후반에는 연평균 해양열파 일수가 300일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는 1년의 80퍼센트 이상이 극한 고수온 상태가 되는 일상화를 의미하는데요. 윤동혁 기상청 사무관은 과거부터 누적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해양 온난화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9월에도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예상돼 해양열파가 초가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죠.
세계 해안가를 덮치는 삼중고
엘니뇨의 영향은 우리나라를 넘어 미국 서부와 라틴아메리카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해안은 강력한 엘니뇨와 수퍼 킹타이드,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라는 세 가지 위협이 겹쳐 올겨울 기록적인 침수 위기에 처했는데요. 이미 샌디에이고와 LA항 등 주요 해안에서 예보보다 4에서 9인치 높은 조수위가 관측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달의 공전 궤도와 근지점 주기가 겹치는 수퍼 킹타이드가 이번 겨울 정점에 달할 전망입니다. 스크립스 기후변화 영향·적응센터는 크리스마스 무렵 엘니뇨로 높아진 해수면 위에 강한 킹타이드가 겹치면서 극심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로 인해 샌디에이고 미션비치와 오렌지카운티 뉴포트비치 등 저지대 지역의 심각한 침수가 우려됩니다.
라틴아메리카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파나마는 엘니뇨로 인한 가뭄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파나마운하 운영을 축소했는데요.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 역시 농작물 피해로 최고 단계인 적색경보를 발령했습니다. 페루는 전체 도시의 3분의 1에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콜롬비아는 저수지 수위 고갈로 전력난과 산불까지 겪어야 했죠.
누적된 온실가스가 만든 새로운 현실
사실 이런 현상들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해양열파와 엘니뇨, 해수면 상승은 모두 지구의 에너지 불균형과 연결돼 있죠. 기상청은 이번 세기 후반에 연간 300일 이상 고수온이 지속되는 일상화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이제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변화가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줍니다.
캘리포니아에서도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이미 125년 동안 약 1피트나 진행됐습니다. 가주수자원연구소의 대니얼 스웨인 기후학자는 올겨울 역사상 가장 높은 해수면이 기록될 가능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는데요. 이처럼 각국의 해안가가 직면한 위기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구조적인 기후 위기의 단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변화는 어업과 양식업, 해운 물류, 해안 도시 안전 등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겁니다. 기상청은 9월까지도 높은 수온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미래에는 더 이상 열파가 아닌 일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