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대 달러, 북미 무역전쟁 전면전
미국과 캐나다가 서로의 수입품에 최고 50%의 관세를 부과하며 사상 가장 격렬한 무역 충돌에 접어들었습니다. 미국이 지난 8월 22일부터 200억 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적용하자, 캐나다는 9월 8일부터 같은 규모의 미국산 700개 품목에 15%에서 50%의 보복 관세로 맞서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대립은 단순한 관세 넘어 양국의 경제 주권과 정체성을 건 싸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프랑수아 필립 샹파뉴 캐나다 재무장관은 경제 통합이 무기로 악용될 때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마크 카니 총리 역시 미국이 과도한 요구를 제시해 협상이 무산됐다고 밝혔습니다. 캐나다는 이와 함께 피해 기업과 근로자를 위한 75억 캐나다달러(약 54억 달러) 지원 패키지도 발표하며 장기전을 예고했습니다.
협상 테이블에 오른 주권과 문화
양국 협상이 결렬된 배경에는 관세 이상의 깊은 갈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캐나다가 제3국과 무역 협정을 맺을 때 미국 정책과 보조를 맞출 것을 요구했는데, 이는 캐나다의 통상 주권을 침해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또한 미국은 캐나다의 프랑스어 콘텐츠 보호 규제를 완화하라고 주장했고, 이에 캐나다는 퀘벡주의 정체성과 직결된 문제라며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미국이 캐나다의 통상 주권과 문화 정체성을 동시에 압박하면서 협상은 관세를 넘어 주권 다툼의 성격을 띠게 됐습니다.
협상의 핵심 카드로 꼽혔던 키스톤 XL 송유관 재개안도 결국 무산되었습니다. 카니 총리가 관세 합의 시 협력을 검토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미국이 요구하는 양보 수준이 경제적 타당성을 잃을 정도로 높았다는 게 캐나다 측 설명입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온타리오호를 '아메리카호'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거론하면서 양국 간 감정적 대립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오대호 너머 불어오는 경제 한파
이번 관세 전쟁의 후폭풍은 미국 북부 접경 지역에서 가장 먼저 감지되고 있습니다. 오대호와 메인주, 미시간주 등 캐나다와 경제권이 밀접한 지역에서는 물가 상승과 산업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특히 국경을 오가며 생산되는 자동차 산업은 통관 시마다 관세가 부과되면서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시간주의 한 기업인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음에도 캐나다와의 갈등으로 비용이 급등해 사업에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메인주의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도 휘발유와 자동차 가격 상승을 우려하며 과거의 우호적 관계로 돌아가길 희망했습니다. 미국 정부 내부에서도 강경파와 실무진 사이의 시각차가 드러나면서 이번 갈등이 단순한 양자 대결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