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현장조사 거부한 쿠팡, 형사고발 수순으로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를 사흘 연속 거부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쿠팡을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번 조사는 쿠팡이 가격 맞춤형 쿠폰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8월 19일부터 진행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쿠팡 측이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공정위는 4차례 현장 방문 모두 무산된 상황입니다.
쿠팡은 행정조사기본법에 명시된 '조사 개시 7일 전 서면 통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조사를 거부했습니다. 이에 쿠팡은 지난 21일 법원에 현장조사 결정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는데요. 이는 2012년 대규모유통업법 제정 이후 기업이 공정위 조사를 거부해 무산된 첫 사례입니다.
사전 통지 의무 두고 법적 공방
당연히 공정위는 쿠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조사는 공정거래법 규정을 준용하므로 사전 통지 의무가 없다는 입장인데요. 설령 행정조사기본법이 적용되더라도 증거 인멸 우려가 있는 경우 예외가 인정된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2012년 이후 대규모유통업법 관련 조사에서 사전 통지를 한 적이 없으며, 쿠팡에 대해서도 기존에 동일한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조사 전 서면 통지가 법적으로 필수인지 여부입니다. 쿠팡은 사전 통지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절차적 하자를 주장하고 있지만, 공정위는 예외 규정에 따라 충분히 가능한 조사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쿠팡은 이미 정부 합동조사단이 상주하고 있어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재반박했는데요. 이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사실 최근 조세심판원에서 증거 인멸 우려가 희박함에도 사전 통지 없이 진행된 세무조사가 위법으로 판단된 사례가 있어, 이번 사안도 유사한 쟁점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공정위가 기존에 동일한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해 제재를 가해왔기에 법원이 쿠팡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쿠팡이 방어권과 무죄 추정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어 법적 다툼은 상당히 치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정치권 개입...외교 문제로 번지나
반대로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려는 움직임도 국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관련 조사를 현장조사 사전통지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는 내용의 행정조사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입니다. 이는 쿠팡 사례가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국내 기업 규제 문제를 넘어 외교적 논란으로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쿠팡을 괴롭힌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공개했고, 브라이언 매스트 하원 외교위원장도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쿠팡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미국 정치권의 개입은 쿠팡이 미국 본사를 둔 기업이라는 점에서 한·미 통상 현안으로 끌고 가려는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쿠팡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통상 압박 기조를 이용해 사안을 확대하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이처럼 국내 법 집행 문제가 외교적 현안으로 번지면서 퓨리서치 조사에서 한국인의 미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상승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공정위는 쿠팡의 소송 결과를 지켜본 뒤 현장조사 재개 여부와 과태료 부과 여부를 검토 중입니다. 조사가 지연되면서 핵심 증거인 거래 관련 서류가 폐기될 우려도 커지고 있어, 법원의 신속한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